KBS가 메인 뉴스 프로그램인 ‘9시뉴스’에서 박재완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을 비판하는 보도를 빼 파문이 일고 있다.
6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엄경철)에 따르면 김정환 기자의 ‘교수 출신 공직자 35% 논문 이중게재 의혹’이라는 리포트가 4일 ‘9시뉴스’에서 빠졌다. 이날 ‘9시뉴스’ 최종 큐시트엔 이 리포트가 19번째로 나갈 예정이었으나 방송 도중 수정된 큐시트에는 이 리포트가 빠졌다.
이화섭 보도제작국장이 이날 9시쯤 권순범 편집주간에게 제작국장 직권으로 리포트 삭제를 요구한다고 말하면서 최종 큐시트에 포함됐던 해당 아이템이 빠졌다고 KBS본부는 밝혔다.
김 기자의 리포트는 같은 날 ‘시사기획 KBS 10’에 방영된 ‘학자와 논문 2부: 공직의 무게’를 요약하는 내용이다. 교수 출신 고위공직자 등의 논문을 분석해 이중게재 등 연구 윤리를 위반한 사례를 추적한 것으로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과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등이 구체적 사례로 포함됐다.
리포트 불방 징후는 방송 전부터 있었다. 이날 오후 7시30분쯤 이화섭 보도제작국장은 김정환 기자를 불러 “해당된 논문이 너무 오래된 논문”이라며 리포트 원고에 포함돼 있는 박재완 국정기획수석과 이인실 통계청장의 부분을 빼라고 지시했다.
이에 김 기자는 “제작진은 90년 이후 발표된 논문을 기준으로 검증했고, 문제가 된 박 수석의 논문은 92년과 93년에 발표됐다”며 삭제 지시를 거부했다.
김 기자가 거부하자 이 국장은 ‘시사기획10’의 김인영 데스크와 박중석 기자 등을 불러 “국장 직권으로 데스크권을 발동하겠다. 박재완 수석 부분을 삭제하고 방송하던지, 아니면 방송할 수 없다”고 일방 통보했다. 또 “국장직을 걸겠다”고도 했다.
면담 이후 김인영 데스크는 박 기자에게 “이해할 수 없다”고 했고, 1TV뉴스제작팀장도 “나도 뉴스를 내고 싶다. 국장을 빨리 설득하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언론노조 KBS본부는 밝혔다.
이화섭 보도제작국장은 “사실 관계가 다른 점이 많다”며 “당사자 면담 등을 통해 확인한 뒤 홍보실을 통해 정리된 입장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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