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떠나는 지역 기자들
대부분 5년차 이하…경영 악화·기사 압박 등 원인
중앙 언론사들의 경력기자 공채가 한창이다. 해마다 공채 시즌이 다가올 때마다 지역언론사 기자들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이번에는 누가 떠날까.”
대전지역 모 일간지에서는 최근 3년간 5명의 기자들이 중앙 언론사로 옮겼다. 다른 회사에서도 이런 현상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특히 5년차 이하 젊은 기자들의 이동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로 떠나는 동료기자들에 대한 반응은 세대에 따라 다소 엇갈린다. 그러나 젊은 기자들은 비교적 환영하는 분위기다.
입사 4년차인 지역신문의 한 기자는 “우선 현재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기회가 있고 능력만 된다면 중앙 언론사로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역의 젊은 기자들은 최근 지역 언론사에 입사하는 기자들 중에는 처음부터 중앙으로 진출할 것을 염두에 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지역에서 경험을 쌓고 연차가 쌓이면 중앙 언론사의 문을 두드린다는 것이다. 서울의 취업문이 좁아진 것도 한 원인이다. 지역언론사가 일종의 ‘우회로’가 된 셈이다.
지역에서 자부심을 갖고 기자 생활을 하기도 쉽지 않다. 젊은 기자들이 지역언론의 열악한 현실을 버티지 못하고 떠난다는 이야기다. 한 지역방송사의 기자는 “지역언론의 경영 사정이 악화되면서 회사가 기사에 대한 외부의 압력에 약해지는 경향이 있다”며 “뜻이 있는 젊은 기자들은 처우 문제보다도 이런 점 때문에 더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떠나는 이들을 마냥 격려할 수도 없다. 무엇보다 인력 수급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점 때문이다. 떠난 인력을 충원하려면 정기 공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더욱이 중앙언론사 진출 못지않게 아예 직종을 바꾸거나 드물게 중앙 언론사의 지역 주재기자로 채용되는 경우도 있어 인력은 만성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공채를 해도 인력난을 해소할 수 없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한 지역신문의 중견기자는 “사람이 빠졌다고 당장 채울 수 없기 때문에 당분간은 남은 사람들이 그 사람 몫을 해야 한다”며 “예전처럼 지역에서 질적·양적으로 만족스럽게 인재를 뽑기도 어려운 실정이어서 난감하다”고 밝혔다.
젊은 기자들이 중앙으로 가는 언론사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축에 속한다는 소리도 있다. 많은 지역언론사들의 인력구조가 젊은 층이 적은 ‘역삼각형’ 형태이기 때문이다. 이런 언론사는 의지를 떠나 현실적으로 중앙으로 옮기기가 불가능한 구조라는 것이다.
또한 중앙이더라도 마이너 매체라면 가더라도 만족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지역 기자들의 이야기다. 한 지역신문사의 간부는 “몇 년 전 중앙의 마이너 매체로 옮긴 기자들이 있었는데 급여수준이 생각보다 좋지 않고 지역과 다른 문화 때문에 적응이 쉽지 않다는 고충을 털어 놓았다”며 “그 뒤로는 중앙으로 가려는 사람들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용성 한서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재정구조의 획기적 개선, 서울 중심 문화의 극복 없이 지역언론의 인력 문제를 풀기란 굉장히 어렵다”며 “차선책으로 지역언론이 지역대학과 좀더 교류를 강화하면서 인력을 육성하는 장기적 프로그램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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