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으로 말하는 '방송독립' …분노와 서글픔이 밀려옵니다"
MBC 파업 1개월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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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업 한 달째인 4일, MBC 노조가 개최한 집회에서 노조원들이 소회를 밝히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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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만 특임이사의 부사장 임명으로 촉발된 MBC 노조 파업이 4일로 한 달을 맞았다. 시작할 때만 해도 장기화될지 몰랐던 파업은 노사가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사측은 노조 집행부에 대한 고소와 가처분 신청에 이어 징계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고 노조는 몸으로 저항하고 있다. 파업을 둘러싼 최근 상황을 이모저모로 짚어본다.“아내 지원에 마음 편하게 싸워”MBC 노조 파업 한 달째인 4일 오전 열린 사내 집회에선 파업 한 달의 소회를 밝히는 대담이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최윤영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대담에는 신정수 노조 부위원장, 양효경 노조 민실위 간사와 남편 김형진 씨, 한재희 라디오 PD, 정우영 카메라기자 등 5명이 패널로 나왔다.
정우영 기자는 “파업 전날 저녁 아내에게 파업 사실을 알리고 ‘월급이 안 나온다’고 했다. 별다른 얘기를 안하던 아내가 며칠 있다가 통장을 하나 주면서 ‘이거면 3개월은 버틸 수 있겠지’라고 했다. 그때부터 집에 있기가 어렵더라. 아내의 든든한 지원에 힘입어 홍보물이라도 하나 더 돌리려 한다”고 말했다.
신정수 부위원장은 “집으로 소환장이 오자 집사람이 크게 놀라며 그 다음 절차가 뭐냐고 묻더라. 그래서 ‘징계에 이어 손배소가 있고, 그러다 보면 집에 차압이 들어올 것’이라고 했다. 집사람이 대뜸 ‘집을 내 명의로 바꾸겠다’고 해서 ‘그래도 좋으니 나를 버리지만 말아달라’고 했다”고 말해 집회장이 웃음바다가 됐다.
단식 9일째, 이 위원장 건강 악화파업기간 사내 집회에서 늘 앞자리를 지켰던 이근행 노조위원장은 4일 집회에 불참하고 의무실 신세를 졌다. 이날로 단식 9일째, 이 위원장은 눈에 띄게 수척해졌다. 노조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주말을 지나면서 눈을 감은 채 앉아 있거나 누워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연보흠 노조 홍보국장은 “오전에 건강을 체크하는 의사가 왔는데, 조금 심각한 상태로 접어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2일 트위터에 “제가 밥을 안 먹으니 처자식도 밥을 안 먹습니다. 참 못할 짓입니다. 굶는 것으로 ‘방송독립’과 ‘상식의 회복’을 말해야 하는 현실이 분노와 서글픔을 함께 불러옵니다”라고 썼다. 이어 “아들놈이 배고픔을 참다 못해 아빠 볼까봐 몰래 숨어서 밥 한 숟갈 무는 걸 보면, 기특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어린이날에 그래도 아이들과 함께 해야 할 텐데, 가족들 마음고생이 심해 얼굴을 보이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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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장경 MBC 기자회장(오른쪽 끝) 등 보도부문 사원들이 3일 오전 취재기자와 카메라기자 등 2백52명이 연명으로 서명한 성명서를 황희만 부사장에게 전달하고 있다.(MBC 노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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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파업 성금 1억원 돌파MBC 노조의 파업을 지지하는 성금이 1억1천만원을 돌파했다. 3일 현재 1억1천8백13만원의 성금이 노조에 답지했는데 이 가운데 시민들의 성금만 5천만여 원에 육박한다. 지난달 20일 ‘PD수첩’ ‘검사와 스폰서’ 편 방영 이후 1천명이 넘는 시민들이 성금을 보내왔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전교조 등 시민사회단체는 물론이고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언론계, 해외에서도 성금이 잇따르고 있다. 미주 지역 대표 온라인 토론 모임인 ‘조국을 걱정하고 사랑하는 미주한인들’은 지난달 26일 홈페이지에 ‘미주 한인들도 MBC 노조 파업을 지지합니다’라는 포스터와 함께 모금 운동을 시작했다.
MBC 노조는 시민들의 응원 메시지와 함께 후원 의사를 전해오면서 후원 계좌(기업은행 222-010069-01-213 MBC노조)를 열었다.
MBC 기자회, 김우룡씨 고소MBC 기자회(회장 성장경)는 3일 보도부문 사원 1백73명 명의로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들은 고소장에서 “김 전 이사장의 신동아 인터뷰로 MBC 구성원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피해 당사자인 기자들의 실추된 명예와 MBC의 독립성을 회복하기 위해서 김재철 사장을 대신해 고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형문 기자는 3일 오전 열린 노조 집회에서 “김우룡 전 이사장의 발언이 김재철 사장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 아니라 MBC 구성원들의 명예를 훼손, 직제상 대표인 김재철 사장에게 고소를 진행하라고 요구했으나, 이를 거부함에 따라 명예훼손을 당한 주체인 MBC 구성원들이 먼저 나서 소송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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