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질긴 사실 확인으로 물증 확보

MBC PD수첩 '검사와 스폰서' 방송 내막


   
 
  ▲ 지난 20일 방송된 MBC PD수첩 ‘검사와 스폰서’편.  
 
MBC ‘PD수첩’이 지난 20일 방영해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검사와 스폰서’ 편은 제보된 한 건의 문건에서 시작됐다.

‘PD수첩’ 제작진에 따르면 부산·경남지역의 전직 건설업체 대표인 정 모씨는 올해 초 1984년 3월부터 2009년 4월까지 향응을 받은 전·현직 검사 57명의 이름과 주요 보직, 접대 일자와 장소, 접대비로 지출한 수표 번호 등을 적은 편지지 10여 쪽 분량의 문건을 제작진에게 제보했다.

이 문건에는 박기준 부산지검장과 한승철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 등 검사장급 간부를 포함한 현직 검사가 28명이나 언급돼 있었다. ‘PD수첩’ 제작진은 처음에 반신반의했지만 워낙 충격적인 내용이라 문건의 진위를 확인하기로 했다.

서울~부산 오가며 3개월간 취재
최승호 PD는 먼저 제보 내용의 신빙성 여부를 확인했다. 부산으로 내려가 제보자 정씨를 인터뷰한 뒤 정씨와 검사들이 자주 이용했다는 횟집과 룸살롱 등을 현장 취재했다. 또 정씨가 운영했다는 건설업체 전 직원들도 만났다.

1차 취재를 통해 제보 내용이 상당히 신뢰할 만하다고 판단한 최 PD는 본격적인 취재에 나섰다. 3개월간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사실 확인에 나섰던 최 PD는 4월 초쯤 제보자 정씨가 작성한 검사 명단 중 박기준 부산지검장과 한승철 전 대검 감찰부장 등 두 명에 대해 실명보도를 할 수 있을 만큼 취재를 진척시켰다.

술집 주인과 당시 종업원들을 만나 술 접대를 했다는 증언을 들었고, 특히 정씨로부터 “우리가 말하지 않아도 이심전심으로 동지적 관계에 있다”고 말한 대목이 담긴 박기준 부산지검장과 전화 통화 내역을 확보했다. 그는 박 지검장의 녹취를 방송 직전에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PD수첩’ 제작진은 4월19일 오전 보도자료를 내어 ‘검사와 스폰서’ 편을 방영한다는 사실을 알렸고, 다음날인 20일 밤 전파를 타자마자 검찰 스폰서 문제는 삽시간에 사회적 파문을 가져왔다. 최승호 PD는 “아직 완결된 사안이 아니어서 취재 과정을 얘기할 상황이 아니다”며 “진상 규명이 먼저다. 국민들이 관심을 보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시사인, 오마이뉴스와 공조 취재

시사주간지 ‘시사인’은 ‘PD수첩’과 비슷한 시기에 정씨로부터 제보를 받고 취재에 들어갔다. 정씨가 부산지검에 낸 진정서를 확보한 정희상 기자는 2월 초, 부산 동래 근처에 있는 한 병원 병실에서 정씨와 만나 그가 자필로 쓴 20여 장의 ‘검찰 금품 제공 및 성접대 수기’를 넘겨받았다.

정 기자는 검찰 접대 내용이 광범위해서 단시일 내에 확인 취재를 끝내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인터넷매체인 ‘오마이뉴스’에 의사를 타진해 입수한 자료를 공유하고 공동 취재를 벌여 나가기로 했다. ‘오마이뉴스’는 세 차례, ‘시사인’은 두 차례 부산에 내려가 정씨와 만나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시사인 등은 취재 과정에서 정씨의 비협조로 상당한 애로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인터뷰와 수기만 가지고 기사를 쓰라면서도 자신은 드러낼 수 없다고 했고, 또 현장 동행도 마다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기자가 천안함 침몰 사건 여파로 검찰 스폰서 취재에 전념하지 못하는 동안 ‘PD수첩’은 끈질기게 취재하며 사실관계를 하나하나 확인해 갔다. 술집 종업원의 증언을 들었고, “한두 번 만난 사이”라는 박 지검장의 최초 해명과 달리 그와 정씨가 가까운 사이임을 보여주는 전화 통화 내역 등 움직일 수 없는 물증을 확보했다.

정 기자는 “검사장급 간부를 포함한 현직 검사 28명의 신상과 연결되는 만큼 물증 확보에 주력했지만 사실 확인을 하지 못했다”며 “작심하고 달려들어 사실관계를 확인한 PD수첩의 집념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시사인’은 26일 발간한 ‘137호’에서 ‘돈·술·여자 바친 스폰서 정씨 검찰이 괴롭혀 죽고싶다’는 커버스토리로 검사 스폰서 사건 내막, 정씨의 자해 직전 인터뷰, 정씨의 수기 등을 실었다. ‘오마이뉴스’도 19일 ‘나는 검사 60명에게 10억원 접대해왔다’는 기사를 내보낸 데 이어 ‘검사와 스폰서’라는 제목으로 정씨의 증언을 두 차례 나눠 실었다. 김성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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