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에 출근을 시도했던 김재철 MBC사장이 노조원들이 저지하자 발길을 돌리고 있다. | ||
MBC 노조 파업이 4주째 접어든 26일, 김재철 사장이 회사 밖에 임시 집무실을 마련하고, 노조원들에게 업무복귀 명령을 내렸다. 이에 이근행 노조위원장은 이날부터 무기한 단식투쟁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이날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27일 오전 9시까지 업무에 복귀를 바란다”며 “불법 집단행동이 계속 된다면 주도자는 물론 참가자에 대해서도 회사는 법과 사규를 엄중하게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노조원들이 업무 복귀를 거부할 경우 한 두 차례 더 복귀 명령을 내린 뒤 집행부에 대한 고소·고발과 손배소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이날 오전 8시40분쯤 MBC 현관 앞에 도착해 출근을 시도했으나 노조원들이 가로막자 5분여 만에 발길을 돌렸다.
김 사장은 이날 펜이 들어있는 수첩을 양손으로 잡은 채 2m 정도 떨어진 노조원들과 대치했다. 뒤에는 황희만 부사장 등 임원진이 도열했다.
5분여 동안 침묵을 지키던 그는 8시45분께 임원진들에게 “갑시다”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발길을 돌렸다.
김 사장을 태운 에쿠스 차량은 곧바로 인근 MBC 옛 경영센터로 이동했고, 차에서 내린 김 사장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임시 집무실로 올라갔다. 황희만 부사장, 김재형 경영본부장 등이 뒤따랐다.
김 사장은 파업 기간 이 곳에서 업무를 보면서 파업 장기화에 대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 MBC가 노조 파업에 대비해 여의도 MBC 옛 경영센터 8층에 마련한 사장·부사장 임시 집무실 입구. 김 사장은 이곳에서 업무를 보면서 파업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 ||
이근행 노조위원장 “김재철은 후안무치한 사람”
MBC 노조는 파업 대오를 굳건히 지겠다는 입장이다. 이근행 MBC 노조위원장은 이날 사내집회에서 “그 어떤 것에도 굴복하지 않는 양심으로 스스로를 꼿꼿이 세워 자존의 길을 가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밝힌 뒤 단식 투쟁에 돌입한다고 선언했다.
이 위원장은 “파업 4주째 노조 파업이 갈림길에 있다”며 “3주 동안 사장과 선배, 후배 등 MBC 구성원들에게 이야기를 했다. 이제는 몸으로 말할 때가 됐다. 단식투쟁은 총파업 2단계 출정식의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사장이 구 경영센터 8층에 사무실을 임대했다고 한다. 당신의 표현대로 ‘눈이 올 때까지’ 버틸 아지트를 마련한 셈”이라며 “참 나쁜 사람이다. 회사야 망가지든 말든 개의치 않겠다는, 어떻게 해서든 권력의 눈 밖에 나지 않겠다는, 후안무치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래 벼르고 별러서 나선 길이다. 이미 한참을 걸어온 길이다”며 “수치와 모멸을 곱씹는 시간으로 돌아가느니, 차라리 싸우다 죽겠다. 돌아가지 않겠다. 반드시 이겨 돌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MBC 노조는 지난 23일 김 사장의 고향인 경상남도 사천에서 선전전을 벌였다.
본사와 지역 19개MBC 노조원 500여명은 이날 사천에서 풍선과 전단지 등을 나눠주며 “김재철 사장이 공정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데 헌신하기보다는 정치적 야심만을 키워왔던 사람”이라며 김 사장의 실체를 알렸다.
고향 후배 “김 선배, 총선 출마 위해 사조직 두고 있어”
특히 MBC 노조는 보도부문 노조원들이 김재철 사장의 초등학교 후배에 대한 취재를 통해 김 사장의 정치 행보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보에 따르면 초등학교 후배 A씨는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나는 개인의 몸이 아니다. VIP의 생각과 지시에 따라서 할 수밖에 없다’라는 말을 김 선배로부터 직접 들었다”고 말했다.
A씨는 “김재철 선배가 총선 준비한다는 건 지역에서 웬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총선 출마를 위해 천천산악회나 가산오광대보존회, 사천시민참여연대 등 사실상의 사조직도 여러 개 두고 있는 걸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울산MBC 사장으로 있을 때 거의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지역 사람들을 초청했다”며 “그렇게 여러 사람을 불러 올린 건 결국 정치권 진출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겠나”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 선배 측근이 ‘엄기영 사장이 계속 있으면 김재철 선배가 부사장으로 갈 가능성이 있고, 사직하면 사장 후보 0순위가 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며 “작년 11월에 김 선배가 청주MBC 사장으로 있을 때 전화할 일 있어서 비서와 통화했는데, 서울에 상주하다시피 한다는 말을 듣고 MBC를 공작해서 접수하려 한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았다”고 말했다.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