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현장에서 진실을 캔다

[르포] 천안함 침몰 백령도 취재현장



   
 
  ▲ 백령도 연화리에서 KBS, MBC, SBS, YTN 등 카메라 기자들이 함미 인양 상황을 망원카메라로 주시하고 있다.  
 
무인지대 다름 없는 해안선에 베이스캠프 설치
한밤 추위·식사·통신 문제로 때아닌 야전생활


“입소를 환영합니다.”

8일 천안함 침몰 인양작업 취재현장인 백령도 장촌. 현장에 급파돼 보름 넘게 야전생활을 하고 있는 각사 기자들은 후발대로 도착한 동료들에게 ‘입소’라는 말로 환영의 인사를 대신했다.

언뜻 봐도 초췌한 몰골이다. 며칠 면도를 못했는지 수염이 덥수룩하고 귀마개, 파카, 장갑까지 중무장한 취재진들이 해안선 베이스캠프에서 고군분투 중이다. 기자들과 스태프는 지쳐 있었다. 취재차량마다 군냄새가 배어있고 피곤에 취해 눈을 붙이는 취재진도 여럿 눈에 띄었다. 취재 환경은 야전군을 연상케 했다.



   
 
  ▲ OBS 기자들이 백령도 용기포 인근 KT 사무소에서 탁구대로 책상 대용으로 하는 등 열악한 상황에서 취재활동을 하고 있다.  
 
KBS 백인순 선임데스크는 “백령도에 온 지 5일째가 된 것 같다”며 “씻는 것은 둘째 치고 이곳에서 가장 힘든 것은 식사조달 문제다. 나보다 먼저 온 선발대는 하루 종일 굶기도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장촌에 베이스캠프를 차린 KBS MBC SBS의 취재진은 식사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병부대원들 말고는 이렇다 할 인적이 없는 무인지대. 처음 도착한 선발대는 현지 정보가 없어 식사를 포기해야 했다. 30분 거리에 식당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지금도 하루종일 대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초코파이와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게 예사다.

MBC의 한 기자는 “평생 먹을 초코파이와 컵라면, 과자를 여기 와서 다 먹었다”며 “밤에는 추위까지 심해 외투를 준비해 오지 못한 사람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해안선을 베이스캠프로 택한 이유는 인양작업 중인 배들을 배경으로 리포트를 할 수 있기 때문. 현장감 있는 화면을 내보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오전 6시에 현장에 나와 밤 12시까지 ‘뻗치기’도 해야 한다.



   
 
  ▲ 백령도 천안함 침몰 현장 촬영포인트인 장촌에 베이스캠프를 차린 방송사 취재차량들.  
 
초기에는 통신문제로 애를 먹기도 했다. SK텔레콤과 KT가 곧 언론 지원에 나서면서 이 문제는 해결됐지만 처음에는 휴대전화조차 끊기는 등 방송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방송으로선 영상을 송출해야 하기 때문에 통신문제가 가장 민감한 사안이다.

YTN이나 MBN, OBS가 백령도 KT 사무소에 베이스캠프를 차린 이유이기도 하다. YTN 등은 초기 사건발생 직후 발 빠르게 인터넷이 가장 용이한 곳을 물색했고, KT의 협조를 얻어 사무소 옆 건물에 자리 잡았다.

YTN의 한 기자는 “사건 초기 현장에 도착한 선발대가 취재에 필요한 여건을 만드느라 고생이 심했다”며 “추위가 심해 난로를 공수해 오고, 나무 상자로 책상을 만드는 등 무에서 유를 창출했다”고 웃었다.

차량 문제도 심각했다. 초창기 백령도에 들어온 기자들은 취재차량이 없어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백령도에 있는 택시는 고작 8대. 렌터카도 몇 대 없다.

CBS의 한 기자는 “데스크는 기사를 보내라고 아우성인데 현장은 열악하고 취재는 안되고 기사는 안 나오고 초조하고 답답한 날들이었다”며 “백령도에 파견된 지 열흘이 넘다 보니 많은 취재기자들이 빨래도 스스로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함수 인양작업 관망포인트인 장촌에서 조금 떨어진 용트림과 연화리에는 카메라 기자들이 하루종일 망원카메라를 들여다보며 함미 인양작업을 주시하고 있다.

YTN의 한 카메라기자는 “하루 종일 함미 쪽 인양 상황을 카메라로 들여다보고 있다”며 “낚시꾼이 낚시를 하듯이 종일 기다리는 것이 일”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현장에 도시락을 까먹거나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지금도 하루 종일 적막 속의 현장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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