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호 특집]언론마당-나는 이렇게 본다

정치일색 걷어내고 정보사회 이끄는 '전문신문 미래 밝다'

정치일색 걷어내고 정보사회 이끄는 '전문신문 미래 밝다'



양승욱

전자신문 가전산업부 차장





고도의 정보사회·전문화시대에는 다양하게 표출되는 정보를 효율적으로 흡수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전문신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것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언론 특히 신문을 둘러싼 환경은 철저히 종합일간지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패러다임 이동에 균열이 생긴다는 게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딜레마다.



전문화시대는 특정언론 힘이 강화되기 보다는 언론환경 자체가 개선되면서 국가·사회 지향적인 공동각을 형성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따라서 차별화되지 않은 신문의 구조적인 문제를 독자들이 얼마나 차별화·구체화하느냐에 따라 우리나라의 미래가 달려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언론의 선정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언론의 지향점이 정치·사회사건 중심으로 편향되어 있다. 이같은 경향은 아직까지 우리 사회가 정치를 혐오하면서 정치에 매달리는 이유이다. 이것은 우리나라 신문이 자신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다분히 정치지향적인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는 또다른 모습이다.



한편으로는 이같은 우리 신문문화가 이를 읽는 독자 스스로의 요구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선진국에서 만개되고 있는 전문사회가 아닌 개발도상국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대중사회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미국의 일부 언론학자들은 일반국민들의 언론수용에 따른 사회발전단계를 엘리트사회에서 대중화사회, 전문화사회로 이행해간다고 주장하고 있어 우리 사회가 아직까지 대중화사회에 머물고 있음을 이론적으로도 증명해 주고 있다.



실제 언론의 자유를 최대한 구가하고 있다는 미국의 경우 9백50여개의 일간신문이 발행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신문사간 정도를 벗어난 경쟁은 야기되지 않고 있다.



이것은 미국의 일간신문 대부분이 이미 종합일간지 성격에서 벗어나 각 지역 독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지역신문으로서 위상을 갖고 있다는 데 연유한다.



또 2만여종에 이르는 전문신문은 각 독자층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하고 여론을 움직이는 오피니언리더들의 의견을 형성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일본 또한 종합일간지 중심의신문문화를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여론을 주도해 가고 있는 것은 각 분야별로 수십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전문지들이다.



일본 정부가 10여년 전부터 정부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각계의 전문가들과 함께 전문지 기자들을 자문단으로 위촉, 이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은 전문신문을 인정하지 않는 우리 사회에서는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보사회·전문화시대에는 사회 각 계층별 독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전문신문의 역할이 분명히 존재한다.



우리의 언론상황은 창간당시 전문신문을 표방했던 일부 신문들이 종합지로 성격을 바꾸어 대중에 영합하려는 시도가 아직까지도 횡행하고 있다.



전문신문은 종합일간지와는 달리 특정분야를 취재·보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따라서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종합일간지와 달리 취재대상도 특정분야에 머물고 독자 또한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태생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또 방대한 취재망을 가동하고 있는 종합일간지와는 달리 자본이나 기자 수에서도 절대적으로 열세다.



이같은 전문신문의 취약성은 우리 사회에서 신문, 방송에 이은 또다른 언론이라는 하나의 公器로 인정받기 보다는 단순히 영리를 추구하는 하나의 기업 쯤으로 인식돼 온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같은 근본적인 문제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에서 전문신문이 여론을 주도해 가는 권위지로서 인정을 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해당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이를 바탕으로한 정확한 기사, 필요한 정보를 원하는 독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전문신문 고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우리 사회가 정치중심에서 탈피해 사회 구성원들이 각자의 직업과 취미에 걸맞는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원할 경우 전문신문은 독자들의 요구에 의해 스스로 창간되고 발전될 것은 분명하다.



또 우리 사회의 정보화·전문화가 정착될수록 전문신문에 대한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으며 이것은 곧바로 전문신문의 미래가 밝다는 것을 의미한다.



종합일간신문들이 종합성과 지면의 제약성으로 인해 다룰 수 없는 전문적인 정보나 지식, 기타 사실들을 제공해 줄 수 있는 툴이 바로 전문신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신문이 독자들의 니즈(needs)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전문성이 결여되거나 정확한 기사와 정보를제공할 수없다면 자본력이나 취재력의 열세로 전문신문은 스스로 도태될 수밖에 없다.



보다 정확하고 보다 많은 정보를 원하는 멀티미디어시대·정보화시대·전문화시대에 가장 어울릴 수 있는 신문은 바로 전문신문이며 전문신문시대의 개막은 우리나라가 잔정으로 선진사회에 진입했음을 알리는 또하나의 지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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