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천 사장, 절충안 제시해야

[컴퓨터를 켜며] 민왕기 기자


   
 
   
 
CBS 보도국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최근 이재천 사장이 보도국장 추천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A부장 대신 2위를 한 B부장을 보도국장으로 선임하면서다.

이 사장은 ‘보도국장 추천제’라는 제도 하에서 인사재량권에 따라 2위를 발탁한 것이 문제가 될 게 뭐 있느냐는 입장이다. 지난 17일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사장이 무슨 도둑질 했느냐’ ‘그럼 직선제로 보도국장을 뽑으라’고 말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일 것이다.

하지만 CBS 조직의 전통과 특성상 근래 없었던 ‘독단성’으로 평가하는 기자들이 대부분이다. 아무리 추천제라지만 50%가 넘는 과반 득표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후보를 탈락시킨 사례가 전대에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자들의 총의가 사장에 의해 불신임된 셈이다. 더구나 ‘출신 지역을 고려해 보도국장을 결정했다’는 해명에는 할 말을 잃은 분위기다.

당장 기자협회 지회가 세 차례나 성명을 내고 “‘사장 인사권과 조직 구성원 의지의 조화’라는 추천투표의 소중한 정신을 도둑 맞았다”, “추천투표 정신 무시에 대해 공식 사과하라”고 밝혔다.

CBS 기자들이 특정인을 지지하거나 폄훼하기 위해 이런 강경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논란의 중심에 선 두 사람을 향한 걱정들이 자리하고 있다. 보도국은 침체돼 있고, 유능한 두 간부는 모두 곤란한 처지다. 원칙과 전통은 위태롭다.

이재천 사장은 결국 조직원들의 뜻을 거스르며 자신의 뜻을 관철시켰지만, 조직은 얻은 것이 별로 없어 보인다.

이 사장은 현 보도국장이 후보시절 내세운 ‘1년 후 보도국장 재신임’ 공약도 거부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안마저 거부해서는 안된다. 그건 현 보도국장에게서 명예회복 기회를, 백번 양보해 기자들에게서 정당한 평가 기회를 모두 빼앗는 것이다.

CBS는 민주언론의 표상이다. 그런 곳에서 사내 민주주의와 대화, 합의정신이 아닌 독단이 힘을 얻기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다. 이재천 사장도 그런 점에서 많은 후배들에게 존경 받는 선배의 한 사람이지 않았나. 번복이 불가능하다면 최대한의 대화와 합의를 거쳐 이제라도 절충안을 찾아야 할 때다. 민왕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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