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언론계 '돈봉투' 뒤숭숭

검찰, 기자들 소환조사…명절 떡값도 수사대상

전북지역 기자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전북도청을 출입하는 중앙일간지 기자들이 도청 고위직 공무원에게 돈봉투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 줄줄이 검찰에 불려갔고, 지방지 출입기자단 전 간사가 자진출두 형식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전주지검 이석수 차장검사는 16일 본보와 통화에서 “기자들이 전북도청으로부터 돈을 수수한 정황을 잡고 수사를 하고 있다”며 “중앙일간지 기자들의 경우 돈봉투 수수사실을 인정하고 돌려줬기 때문에 가급적 입건하지 않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8일 오후 전북도청 공보과장 K씨가 기자실 여직원을 불러 중앙일간지 기자들에게 건네달라며 각각 현금 20만원이 든 돈봉투 11개를 주면서 시작됐다. 돈봉투는 당일과 다음날에 걸쳐 기자 8명에게 전달됐으나 10일 오전 건네지 못한 3명분 봉투와 함께 K씨에게 반납됐다.

K씨는 14일 개인성명을 통해 “공직생활을 마감하면서 선배·동료들과 석별의 마음을 나누고 싶어 전별금 명목으로 돈을 준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김완주 전북지사가 재선 출마를 선언한 날에 돈을 건넨 점에 주목, 지방선거와 관련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에 착수했다. K씨는 전북지역 일간지 기자 출신으로 지난 2006년 도지사에 당선된 김완주 지사와 함께 전북도청에 입성한 뒤 4년간 공보과장을 맡아왔으며 지난 4일 사직서를 낸 상태였다.

검찰은 12일 전북도청 공보과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중앙지 기자 8명과 기자실 여직원을 불러 조사했다. 중앙일간지 한 기자는 “K씨가 사직하면서 ‘그간 도와줘서 고맙다’는 전별금 명목으로 봉투를 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오해가 있을 수 있어 ‘공보과장의 마음만 받자’며 돈을 돌려줬다”고 말했다.

검찰은 금품수수 정황이 있는 지방지 기자들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15일 전북도청 지방출입 기자단 간사를 맡았던 A기자를 자진출두 형식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추가로 기자들을 소환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이 차장검사는 “지방지 기자들이 K씨 건과 별개(설날 떡값)로 인정하고 반납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며 “자치단체와 기자들 간에 돈봉투가 오가는 것은 통상적인 관행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지방지 기자들은 검찰 출두에 앞서 따로 모임을 갖고 검찰에 떡값 관행을 떳떳하게 밝히자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일간지 한 중견기자는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지속돼온 떡값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며 “기자들도 차제에 털고 가자고 용기를 낸 만큼 검찰도 누구를 벌하고 말고를 떠나서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