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에는 ‘핵잠수함’이 한 대 있다. 의암호나 소양호에 출몰하는 게 아니다. 이 핵잠수함은 간간이 ‘의암구장’에 나타나 ‘닥터K’라는 암호명으로 활동한다.
춘천 사회인 야구리그인 호반리그에서 사이드암 투수로 활약 중인 강원일보 사회2부 이무헌(39) 기자. 그의 별칭이 바로 ‘핵잠수함’, ‘닥터K’다.
바쁜 일상을 쪼개 그는 야구를 한다. 어려서부터 던지고 받고 치는 데 일가견이 있어 엘리트 야구인이 될까, 생각하던 그는 ‘느린 발’ 때문에 과감히(!) 꿈을 접었다고 한다.
구속은 1백10㎞ 전후, 구종은 직구와 슬라이더 그리고 싱커. 결정구로 슬라이더나 싱커를 던지면 열에 아홉은 쓴웃음을 짓고 돌아선다. 최근엔 싱커를 3번 연속으로 던져 3구 삼진을 이끌어 냈고 온몸이 짜릿했다. 사회인 야구에서 이 정도면 언터처블이다.
2007년 강원도민체전 춘천시 대표 투수로 선발되는가 하면 타격에도 능해 2009년 호반리그 타격 2관왕(타율, 홈런)에 올랐을 정도다.
다른 재주도 있다. 지난해에는 안재욱, 차태현이 소속된 연예인 야구단과의 친선경기에서 허구연 해설위원을 성대 모사해 장내 야구중계도 했다. 좌중은 폭소했고 야구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이 기자는 1998년 사회인 야구를 시작했다. 그해 가난하고 궁핍한 사람을 돕는 변호사가 되는 게 꿈이었던 그는 서울에서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중 우연한 기회에 사회인 야구를 해볼 기회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자 옛 꿈들이 밀려왔다. ‘펜으로 어려운 사람을 돕자’며 변호사의 꿈을 접고 기자로 전향한 후에도 그가 사회인 야구 클럽을 찾은 이유다.
“야구에는 오묘함이 있어요. 느린 듯하면서도 빠르고, 부드러운 듯하면서도 과격하죠. 작전도 많고 생각도 많이 해야 하는 운동이에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열정이에요. 야구를 즐기면서 깨달은 것은 ‘열정과 실력은 정비례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말은 기자생활에도 적용해야 겠지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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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무헌 기자의 투구동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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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GTB 강원민방, GBN 강원방송, 춘천KBS 등 방송사에서 야구팀을 만들어 리그에 참여하는 등 언론인 야구붐도 인다고 설명했다. 서울에도 KBS, SBS, MBC, CBS, YTN 등에 야구팀이 있다. 이 기자는 “언젠가 한번 언론사 야구대회를 만들었으면 하고 그때 역할을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며 웃었다.
하지만 그의 삶에 야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본업은 기자라는 생각이 언제나 확고하다. 그래서인지 여전히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입을 열어야 한다는 것을 사명으로 여긴다고 했다. 이 기자는 말했다.
“언론은 사회의 거울이라고 한다. 거울에 굴곡이 있으면 이 사회는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다. 일부 언론사의 경우 굴곡된 자신들의 모습을 인정하지 않고 은근슬쩍 논조를 바꾸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프다. 기자 개개인이 냉정하게 자신을 점검하고 스스로를 다잡아야 할 때다.”
지역신문의 여건이 아무리 어려워져도 강원일보의 프랜차이즈맨이 돼 소외된 곳의 이야기를 전하겠다는 이 기자. 사회복지사인 아내와 여섯 살짜리 아들과 함께 세상을 도우며 즐겁게 살고, 더불어 자랑스러운 기자로 남고 싶다는 그 꿈에 그는 이미 도달해 있는지도 모른다. 체육부를 거쳐 편집부, 지금은 사회2부 데스크를 보고 있다. 춘천의 핵잠수함이 세상을 향해 열정을 던지는 오늘, 그리고 내일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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