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지분 23%로 자연감소
SBS 코스닥 등록 자본금 265억 증가 ... 부채비율 사실상 0%
SBS 주식이 코스닥증권 시장을 통해 공개 매매되기 시작한 14일. 코스닥시장은 크게 술렁였다. SBS 주식은 거래 첫날 가격 제한폭인 2250원까지 오르고 '사자' 주문이 쇄도했지만 '팔자' 주문이 없어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증권가에선 3만5000원 내지 4만원 선에서 일단 가격이 형성될 것이라는 예측이 떠돌았다. 지배주주인 태영이 23%대로 떨어진 지분율을 회복하는 데엔 거액의 자금이 필요하게 됐다. 그런데도 왜 태영은 주식공개를 선택했을까? 여기엔 경영환경 개선과 소유의 공공화 명목뿐 아니라 소유제한 논리에 제동을 걸어 정치권의 간여 여지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배주주 지분 23.8%로 감소=공모 후 SBS 자본금은 265억원 증가한 1280억원이 되었다. 이에 따라 태영 등 대주주들의 지분은 52%에서 41%대로 자연감소했다. 지배주주인 (주)태영이 23.8%(공모 전 30%), 로케트보일러가 6.3%(공모 전 8%), 대한제분과 일진이 각각 5.5%(공모 전 7%)로 줄어들었다. 나머지 20.7%는 우리사주조합(1.4%), 기관투자자(2.4%), 개인 등 일반투자자(16.9%)가 소유하고 있다.
태영이 법정 상한선인 30%를 다시 확보할 것인가는 미지수다. 첫째 문제는 자금 조달. 3만5000원 선에서 물량이 나와 구입에 나선다 해도 지분율 회복에는 580억원 이상의 거액이 필요하다. 투입자금만큼 실효성을 거둘지도 의문이다. SBS 경영파트의 한 간부는 "태영의 계획은 모르겠지만 굳이 무리하게 지분을 높일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자본금 300억원으로도 지배주주의 지위가 확고한 데 굳이 580억원이나 들여 지분 높이기에 나서겠느냐는 함의가 깔려 있다.
◇시청자·사원들의 소주주권 행사=주주 수는 35명에서 14만7000여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와 관련 SBS는 일반주주의 감시 강화로 경영투명성과 방송의 공익성을 강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1.4%의 지분을 보유한 우리사주조합은 증권거래법에 따라 ▷대표소송 제기 ▷주주 제안 ▷이사·감사 해임청구 ▷회계장부 열람청구 등의 소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우리사주조합이 업무·재산상태 조사를 위한 검사선임 청구, 주주총회 소집청구 등 소주주권 전부를 행사하려면 0.1%의 지분이 부족한데다 의결권도 작다.
우리사주조합 이창태 조합장(노조 부위원장)은 "일단 사원들의 애사심, 결속심강화와개인 재산증식이란 설립 취지로 출발했다"며 "그에 맞게 전향적인 발전방향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원 보유지분 확대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결국 우리사주조합을 포함한 일반 소주주들의 결속력이 SBS에 대한 소주주권 행사 여부의 관건인 셈이다.
◇SBS가 얻는 것=우선 경영환경이 크게 개선된다. SBS는 공모로 확보된 자금 전액을 1000억원의 부채 청산에 사용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SBS는 사실상 부채비율 '0%'의 재무구조를 갖게 됐다.
또한 주식공개와 기업 투명성 제고로 민영방송에 대한 규제강화론에 맞설 근거를 마련했다. 방송현업인단체와 시민단체들은 민영방송 지배주주들의 독점폐해를 지적하며 최대 소유지분을 30%에서 20%로 낮추자고 줄곧 주장해왔다. 그런데 이번 주식공모 후 태영의 지분율이 23%로 자연스럽게 하향조정되면서 법 규제론은 허를 찔리고 말았다. 일본에서도 NTV, 후지TV 등 민영방송사들이 잇따라 주식을 공개하며 소유를 개방하자, 94년 우정성이 내국인에 대한 주식 취득 제한을 없앤 바 있다. 이와 함께 방송개혁위원회가 '방송법 개정 후 권고사항'으로 제안한 사외이사제, 우리사주제를 SBS가 앞서서 도입한 것도 정부의 경영개입 여지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노림수'가 아니냐는 분석이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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