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디어페미니즘 웹진장 이현님

리얼타임의 '왁자지껄리즘'을 지향 이젠 소수집단 굴레 벗어던져야

'기자'라는 직업이 주는 매혹이 쉴새없는 육체적 피로나 취재원들의 여성비하 발언이 주는 모욕감을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씩씩한 수습기자. 착하냐 안 착하냐와 이쁘냐 안 이쁘냐로 타사 여기자들과 비교되는 현실이 황당해 한동안 일보다는 과장된 언행과 폭탄주로 이겨보려 했다고 고백하는 3년차 기자.



여성을 둘러싼 편견과 오해의 '창'에 상처 입은 후배들에게 '정정당당 후안흑심(厚顔黑心)'의 갑옷을 입고 세파에 흔들리지 않는 대범한 마음을 지니라고 귀띔하는 14년차 기자.



신입사원 서약서에 '결혼하면 퇴직한다'는 문구가 있었던 시절, 기어코 해당문구를 볼펜으로 지우고 서명했다는 17년차 기자…. 보도국, 편집국 한켠에서 들릴듯 말듯 하던 속삭임들이 왁자지껄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기자협회 여성특별위원회의 웹매가진 '미디어 페미니즘(Media Feminism)'이란 확성기를 통해서다. 여기에는 남녀 구성비율대로 각 부서에 여성을 배치해달라는 주장부터 언론 관음증의 최대 희생양 O양 복권운동, '미망인'이란 말은 쓰지 말자는 제언까지 각양각색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미디어 페미니즘' 편집장 이현님 기자(KBS 아침편집부)를 13일 만났다.



-'미디어 페미니즘'을 만든 취지는.



"여기자들은 여성다움과 부드러움을 잃지 않는 동시에 두배로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소수집단이다. 더구나 자기밖에 믿을 게 없는 마이너리티면서도 식혜의 밥알처럼 흩어져 있다. 기자라는 단어에 포함된 직업적 특별함의 거품을 쫙 빼고 나면 여기자 역시 이 시대 직장여성처럼 가사와 일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소외된 약자다. 이제는 여기자들도 소수집단의 굴레와 고립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치열한 자기부정을 해야 할 때란 의미에서 '미디어 페미니즘'이란 웹진을 꾸렸다. 치열한 자기부정의 화두를 끊임없이 던지는 아픈 돌멩이가 되고자 한다."



-'리얼타임 왁자지껄리즘'을 주창했는데.



"더이상 내밀한 공간에서 혼자만 힘없이 중얼거리지 말자,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 듯 본대로 느낀대로 마음껏 떠들자는 뜻에서 홈페이지를 여는 글에 '리얼타임(Real time)의 왁자지껄리즘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바쁘다고 핑계대지 말고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분하고 억울한 일이 있으면 컴퓨터를 켜고 홈페이지에 들어와 단 일분이라도 키보드를 두드리길 바란다.'



-언론사내 여성현실을 어떻게 보는가.



"USA투데이의 첫 여성편집국장 카린 저건슨은 흔히 거치는 정치, 경제부 출신이 아니라 여성, 생활, 오피니언, 여론조사 담당자였다. 신문경쟁에서 소프트한 측면이 강조되면서 여성성이 오히려 유리해지고 있는 것이다. 21세기가 여성의 시대라는 것도 여성이 주도한다기보다는 정보력 등 여성성이 상징하는 소프트웨어면이 우세해진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도 IMF 이후 '여'기자가 아니라 '기자'로 평가받는 시대가 왔다. 이젠 쪽수 늘리기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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