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을 넘어 '바깥' 세계로

한국 최윤필 기자 '바깥' 코너 눈길


   
 
   
 
매주 화요일 한국일보의 한 코너가 눈길을 잡아끈다. ‘최윤필 기자의 바깥’. 바깥은 무엇을 뜻하는 걸까. 최윤필 기자는 “주류 혹은 집단 가치의 울타리를 넘어서고자 하는 도전적 의미로 이해해달라”고 했다. 지난 6월23일 첫 기획물을 연재하면서다. 신문이 주류가 아닌 비주류를 다룬다? 그 자체로 뉴스가 되는 시대다.

“어느 신문이나 마찬가지지만 늘 쏠려 다닙니다. 주목을 받는 것들은 따로 있지요. 바깥과 안을 그 범주에서 보면 신문에 속하는 이야기들이 안의 이야기가 될 것이고 그 바깥이 제가 쓰는 대상입니다.” 그가 바깥에 주목한 이유다.

최 기자가 바깥 코너를 통해 다룬 분야는 실로 다양하다. 인물이 중심에 서다가도 공간, 물건이 대체하기도 한다. ‘산악계 넘버3’로 통하는 한왕용씨가 첫 인물로 등장했다. 프리마 발레리나(주역) 대신 코리페(군무 리더)가, 유명 배우 대신 배우 출신의 택배기사가 인터뷰에 나선다. 박태환 선수의 기록 파트너로 알려진 수영 국가대표 배준모씨는 차라리 유명인에 가깝다. 비무장지대(DMZ)나 갤러리로 사용되는 한 카페는 공간적 의미의 바깥으로 소개됐다. 우표와 막걸리, 퇴역 마(馬)가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다루는 분야에 제한이 없어서일까. 글에도 정해진 형식은 없다. 취재를 하러가서 겪은 에피소드는 보통 이면에 감춰지지만 그의 기사에서는 날 것으로 쓰였다. 소설처럼 시작했다가 인터뷰로 이어지기도 했다. 원고지로 족히 20여 페이지는 넘는 분량의 글이 신문 한 면에 빼곡히 실리지만 전혀 어색하거나 지루하지 않다. 유려한 글 솜씨가 함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바깥’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스스로에게 찾는다. “제가 조직에서 주류가 아니거든요. 2007년에 기자직을 잠시 그만두고 목수 일을 배운 적이 있습니다. 기자로 산다는 게 너무 기생하고 산다는 느낌이 들어서요.”

올해 6월 재입사를 한 그에게 왜 돌아왔느냐고 물으려던 찰나, 그가 먼저 선수를 쳐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왜 다시 왔느냐고요? 먹고살 길이 막막해서…. 그래도 목수일은 재미있었습니다. 실력은 모자라도 구체적인 생산물이 생기니까요.”

‘최윤필 기자의 바깥’은 소소한 울림을 전하며 15일로 26회까지 연재됐지만 안타깝게도 올해 말 지면에서 사라진다. 최 기자는 “마음껏 쓰기에 한계가 느껴져서 그만두기로 했다”고 이유를 말했다. 스스럼없이 자신을 비주류라고 밝히는,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마흔세살의 기자에게 ‘자유’는 여전히 쟁취해야할 도전의 대상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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