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위원장 방중 오보 소동
청와대 '올 봄'으로 요청...중앙.한국만 사실 확인
‘김정일 올 봄 중국방문’ 보도가 바로 다음날 ‘이미 방중 했다’로 바뀌는 오보 소동이 발생했다.
대다수의 신문은 16일자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올 봄에 중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1면 머릿기사 등 주요기사로 보도했다. 각 방송사들도 15일 저녁 메인 뉴스를 통해 이같은 소식을 전했다. 그러나 이 기사는 바로 오보로 판명 났다. 한국일보와 중앙일보가 “김 위원장이 15일 이미 방중했다”는 사실을 같은 날 보도하고 다른 언론들이 현지 확인에 나서면서 사실로 밝혀진 것.
왜 이런 어이없는 오보가 발생했을까. 사실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외교가와 북경 특파원들 사이에서 계속 점쳐져왔고 일부 언론들은 이미 상당부분 취재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올 봄 중국 방문’ 얘기가 공식적으로 나온 곳은 의외로 청와대였다. 김대중 대통령이 15일 전역 장성들의 모임인 성우회 회원들과의 오찬에서 “김 위원장이 ‘봄이 오기 전에’, ‘머지 않아’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고 발언했고, 이같은 사실이 청와대 기자들에게 모두 풀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풀 기자로 들어갔던 중앙일보 기자가 마감 시간인 임박한 시점에서 ‘봄기 오기 전에’를 ‘3월에’라고 잘못 풀해서 한때 논란을 빚기도 했으나 곧바로 이를 정정해 사태가 일단락 되기도 했다.
그러나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대통령이 다른 나라 국가원수의 동정을 예측해 말한다는 건 외교관례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기사를 북경발로 하고, 시기도 올 봄으로 해달라”는 청와대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결국 ‘봄이 오기 전에’, ‘머지 않아’라는 김 대통령의 발언이 ‘올 봄’으로 왜곡 전달되면서 어이없는 오보가 발생한 셈이다.
한편 중앙일보는 16일자에 정부 고위 당국자 말을 인용 ‘김정일 어제 방중’이라고 보도했으며, 한국일보는 같은 날 북경 특파원 발로 ‘김정일 극비 방중’이라고 보도했다. 중앙일보의 한 관계자는 “사내에서도 실제 누가 취재한 것인지, 소스가 어디인지 알 수 없다”고 밝혔으며, 한국일보 송대수 특파원은 “북한의 특별열차가 통과한 단둥(丹東)에 있는 지인으로부터 14일 오후 이상징후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취재를 해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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