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임태희 노동부 장관의 취임사에서 촉발된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 문제가 언론계에도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임 장관은 지난 1일 취임사에서 노조 설립의 자유를 보장해 서로 경쟁하고 전임자의 급여를 사용자에 의존하지 않고 노조 스스로 부담한다는 것이 건강한 노사문화의 원칙이라며 정부가 지난 13년 동안 유예한 1997년 개정 노동법을 내년부터 적용할 것임을 천명했다.
이에 이명박 정부와 협조적인 관계였던 한국노총이 전임자 임금 금지는 노조 말살 정책이라며 노사정위원회 불참 선언과 한나라당과의 정책 공조 파기를 검토하는 등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민주노총도 12일 신임 인사차 방문한 임 장관에게 “외국 사례를 보니 전임자 임금 문제는 노사 자율에 맡겨져 있다”며 일방통행식 횡보에 일침을 가했다. 민주노총은 이미 전임자 임금 금지 저지를 핵심투쟁 과제로 선정한 바 있다.
노동계의 반대 입장에 비해 재계는 노조 전임자에게 지급하는 임금이 1년에 4천억원에 이르고 노조 전임자 임금을 기업이 부담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며 환영 일색이다.
두 문제에 대한 노사의 입장충돌은 이미 예상된 수순이었다. 개정 노동법이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을 규정하고 3번에 걸쳐 유예를 거듭하며 13년을 끌어오는 동안의 과정도 노사간의 확연한 입장차 때문에 발생한 고육지책이었다.
이 문제를 둘러싼 언론사들의 입장은 두 가지로 갈린다. 조선, 중앙과 매경 등 경제지들은 무조건 법대로 시행하자는 것이다. 매경은 사설을 통해 재계의 입장과 같이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를 꼭 관철시킬 것을 정부에 주문하고 나섰다. 조선도 법을 일단 지키고 전임자 임금은 대기업부터 우선 시행해 나갈 것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겨레는 노사정 협의체를 통해 노사 자율로 해결하게 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사실 전임자 임금 문제는 중소규모가 대부분인 언론사 노조들에는 발등의 불 같은 상황이다. 조합원 3백명 이상 사업장이 KBS, MBC 등 일부 지상파 방송사와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정도다. 대체로 전임자가 노조위원장과 사무국장 2인인 언론사 노조가 대부분이고 1명의 간사를 두고 있어 현재의 조합비로 조합활동을 운영해 나가는 게 빠듯한 노조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전임자 임금이 내년부터 금지된다면 노조활동은 급속히 저하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조합비를 대폭 인상하기도 힘든 언론계의 현실상 중소 언론사 노조들의 고민은 깊어가고 있다.
언론사 노조의 주요한 존재 이유 중 하나는 조합원들의 권익뿐만 아니라 자사의 보도 태도에 대한 감시와 엄중한 비판 기능이다. 이를 통해 사회의 공기인 언론이 제 역할을 찾도록 하는 것이다.
만약 정부가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강행한다면 전 언론인들의 조직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1988년 노동자대투쟁의 과정에서 언론인들이 노조를 만들고 역사의 숨결 속에서 언론 제자리 잡기를 위해 싸운 것을 기억한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그 같은 조치를 거둬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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