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기자들 추석이 씁쓸하다
명절때마다 쏟아지는 결혼 질문에 곤혹
사회편견 타파·회사 정책 변화 필요해
#사례1. 일간지 편집부 B기자(35)는 명절 당직 근무 단골이다. 어김없이 돌아오는 “언제 시집 갈 거냐”는 질문. 대답은 뻔하다. “때가 되면 가겠지요.” 그러나 그도 몇 년이 지나니, 약효가 다됐다. 부모님이 되레 눈치를 보는 것 같아 B기자는 올해도 당직자 명단에 이름을 적어 넣는다.추석 연휴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솔로’ 기자들은 명절이 편치 않다. 일가친척들이 결혼 여부를 빼놓지 않고 물어보기 때문이다. 친척들은 대체로 “기자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 사람 만날 기회가 많아 배우자를 고르기 쉽지 않느냐”며 왜 결혼이 늦는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다른 가족들은 “사람을 너무 많이 만나다 보니, 눈이 높아진 게 아니냐”고 핀잔을 주기도 한다.
솔로 기자들이 명절에 되도록 자리를 피하려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결혼에 대한 인식 변화로 예전보다는 덜하나 결혼은 여전히 단골 소재다. 이들의 ‘명절을 피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1년 이내로 하겠다”며 순간을 모면하거나 차례만 지내고 회사로 출근한다. 당직이나 출장, 해외여행 등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는 사례도 있다. 방송사 한 중견기자는 “집에 들어가기 싫어 무작정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나가곤 했다”고도 털어놓았다.
기자들은 만남부터 어려움을 겪는다. 초년기자 시절에는 출입처 붙박이로 지내다 보니 사람을 만날 기회가 흔치 않다. 취재원으로 만나는 사람들도 대개 나이 차가 크다. 한 전문지 기자는 “젊을 땐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어도 시간 맞추기가 힘들고 약속을 몇 번 깨다 보면 미안해서 연락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력이 쌓인 뒤에는 사회적 편견이 걸림돌이 된다. 잦은 야근과 불규칙한 생활, 과음, 과도한 스트레스, 위험한 직업 등이 기자 뒤에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다. 이는 부풀려 알려진 측면이 있지만 말이다.
이 같은 평판 탓인지 실제로 기자들은 배우자로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결혼정보회사 D업체가 20세 이상의 미혼 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자를 포함한 ‘언론인’은 배우자 직업 선호도 조사에서 15위(여), 22위(남)를 차지했다. 여성들은 1위 공무원, 2위 회계사, 3위 금융직, 4위 의사 순으로 꼽았다. 언론인과 비슷한 순위에는 특수직(14위), 유학생(16위)이 집계됐다.
기자들은 이런 결과에 대해 실제보다 냉혹한 평가를 받는 것 같다고 말한다.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는 부분도 일반적인 성향으로 분류되는 때가 있어서다. 과음과 불규칙한 생활이 대표적이다. 이는 기자가 가정에 충실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으로 이어지곤 한다. 또한 커플매니저들에 따르면 기자는 성격, 외모, 매너 등에 대해서도 점수가 좋지 않은 편이다. 만나기도 전에 ‘자기 관리가 부족하고 깐깐한 성격’이라는 인식을 가진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결혼을 원하는 기자의 경우 사회적 편견을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장점을 부각할 필요도 있다고 제시한다.
D업체 전민순(34) 커플매니저는 “편견을 불식시켜주는 게 가장 좋다”며 “만나자마자 바쁜 직업이라는 것을 어필하거나 취재하듯 질문하는 건 상대방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준다”고 지적했다.
언론사가 개선해야 할 부분도 있다. 낮은 연봉, 짧은 정년, 적은 가족 복지 정책이라는 현실의 장벽도 기자들의 결혼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한 일간지 편집부 기자는 “주변 선배들을 보면 결혼을 하지 않는 게 낫다는 인식을 줄 때도 있었다”며 “개인의 희생만을 강요하기보다는 회사의 정책적 변화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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