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주장]CBS 파업 타결 이후
노조 쟁의대책위원 집단해고 철회가 개혁의 첫발
기자협회보가 지령 1000호를 맞았다. 그 동안 언론 자유와 공정 보도를 위해 싸우다 입은 수 많은 상흔이 아직도 생생하지만, 999번의 지면들은 우리 언론이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간 자취이기에 오늘이 자랑스럽고 내일이 기다려진다. 내년이면 새 천년이 시작하지 않는가. 이제 IMF의 그늘도 차츰 걷혀가면서 우리 언론계 전체에 새로운 도약을 위한 활기가 넘쳐 앞으로의 1000호는 희망의 메시지로 넘치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도 해 본다.
마침 CBS 기독교방송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8일 CBS 노사는 파업을 접고 함께 재단이사회와 경영 개혁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노사 공동으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재단개혁안을 마련하고, 이를 회사가 재단이사회에 최대한 수용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또 회사가 5월말까지 부채청산과 체불임금 해소 등 경영개선안을 마련해 시행하고, 연말에 노사 공동으로 평가하기로 했다. 사원들의 문제제기가 변화의 단초를 열고 사원들의 경영평가가 경영행위로 이어지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이로써 CBS 45년 역사상 처음으로 하의상달식 개혁의 디딤돌이 마련됐다. 종교계 언론사 중에서도 처음 얻은 결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가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회사가 파업 중 기자 6명을 포함한 21명에 대해 내린 해고조치를 완전 철회하지 않고 [징계를 최소화하겠다]고만 합의해준 점이다. 파업은 끝났고 노사 대립도 해소됐다. 상식적으로 볼 때 파업 중 서로에게 행해진 무리한 언행과 부당한 조치들은 사과하고 철회해야 마땅하다.
더구나 이들 노조 쟁의대책위원 21명은 전체 조합원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으며 순리대로 파업을 이끌었다. 회사의 기물을 파괴하거나 극렬한 행동을 한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파업은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경영진의 잘못으로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는 회사 사정을 개선시키려는 고뇌 끝에 나온 결단이었다.
직장인에게 해고란 사형이다. 더구나 노사가 함께 방송 정상화와 회사 개혁이라는 대전제에 뜻을 모으고 CBS 개혁의 새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물론 33일간의 긴 파업을 통해 노사 서로가 받은 마음의 상처는 더 말할 나위 없이 클 것이다. 회사의 처지에서 파업과정이 못마땅하고 불만스러웠을 것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서로 불필요한 감정의 짐을 짊어지고 CBS 개혁의 먼 길을 함께 걸어갈수있겠는가. 아직 엉킨 실타래처럼 풀어지지 않는 감정의 매듭이 있다면 과감히 잘라내고 새로운 관계를 맺어나가야 한다.
CBS는 기독교적 사랑과 양심으로 우리사회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온 대표적 언론이다. 긴 말이 필요 없다. 회사는 사랑과 양심으로 즉각 해고조치를 철회하라. 그리고 노사 공존과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합리적인 재단 개혁, 회사 발전안을 모색하라. 그것만이 IMF시대의 삼엄한 고비에 해고의 위협과 실직의 공포를 이겨내고 개혁의 단초를 이끌어낸 CBS 사원들에게 회사가 표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신의요, 애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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