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 인사에 한국일보 왜 시끌?

경찰청장 인사에

한국일보 왜 시끌?

한국일보 9일자 사회면 ‘박금성 경찰청장 학력 허위기재 의혹’ 보도가 신상석 편집국장의 일방적인 지시로 2단에서 1단으로 축소 편집되자 기자들이 강도 높은 비판을 제기했다.

편집국은 당초 국부장단 회의에서 이 기사를 2단으로 편집하기로 했으나 신 국장이 편집부에 1단 크기로 편집할 것을 지시해 초판(10판)에 1단으로 보도했다. 10판 발행 직후 사회부가 편집국장에게 1단 편집에 대해 항의하며, 2단 제목의 편집을 요구했으나 편집국장은 또다시 편집부에 1단 편집을 지시했다. 이에 사회부와 편집부 담당자들은 궁리 끝에 국장 지시대로 1단 편집을 하되 보다 눈에 띄도록 기사를 위로 올리기로 하고 30판을 제작했다.

그러나 이날 저녁 늦게 최인기 행자부 장관이 국회 예결특위에서 경찰청장의 학력 허위기재시비에 대해 “공문서 위조나 변조로 확인된다면 책임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발언을 하자 시내판(45판 이후)에서는 3단 기사로 편집을 바꿔 결과적으로는 비중있게 보도했다.

이에 대해 신상석 편집국장은 “민감함 사안이었기 때문에 초판에서 1단으로 편집했지만 기사 자체가 축소되지는 않았다”며 “여유 시간이 없어서 사회부를 거치지 않고 편집부에 바로 1단 편집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제작과정에서 벌어진 국장의 일방적인 편집 축소 지시를 두고 사회부를 비롯한 편집국 기자들은 “정권의 눈치 보기 아니냐”며 거세게 비난했으며, 11일 열린 편집국평의회에서 공식 문제제기를 했다.

편집국 국장단과 기자 대표 10여명으로 구성된 편집국평의회에서 기자들은 국장의 축소 지시에 항의하며, 해명을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신 국장은 외부에서 여러 차례 전화가 왔고, 기사로 인해 한국일보의 재정문제에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 같아 조심스러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기사 가치 판단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하며,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이번 사건은 일단락 됐으나 기자들은 “경찰청장 인사 보도까지 외부 눈치를 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기자로서 자괴감을 느끼게 하는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사회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최근 김대중 대통령이 공정 인사를 거듭 강조한 이후 처음 단행된 인사라 공정인사의 시금석인 셈”이라면서 “그런데 부적격자인박금성 씨가 임명됐으니 누가 보더라도 초판부터 비중있게 처리될만한 기사였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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