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되지 않는 살인가스 COE

제224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부문 / 전남CBS 박형주 기자


   
 
  ▲ 전남CBS 박형주 기자  
 
얼마나 오랫동안 그곳에서는 얼마나 많은 양이 유독가스가 배출되고 있었을까?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사전 허가 없이는 아무도 접근할 수 없는 광양제철소 내부.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어떤 물질들이 배출되고 있는지 광양제철소가 스스로 드러내는 자료 말고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술자리에서 들은 말.
“얼마 전에 배출된 매연은 아무것도 아니다. 코크스 공장에 가면 더하다.” 귀가 솔깃했지만 그 말을 한 사람은 후환이 두려워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무작정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각종 포털사이트를 통해 코크스 공정과 안전사고에 관한 기록, 논문 등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에 띈 한 논문.

동국대학교 임현술 교수팀이 작성한 1997년 포항제철소 코크스 공장에서 발생한 COG(Coke Oven Gas) 중독사에 관한 논문. 그리고 200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코크스 공장 직업병 사례들.

나는 포항과 광양제철소 코크스 공장 퇴직자들을 만나 코크스 공장의 실태에 대해 자료와 정보를 입수하기 시작했고 놀라운 사진을 발견하기에 이르렀다.

절대 노출되면 안 되기 때문에 규제 기준 조차 없는 COG 또는 COE(Coke Oven Emission)가 광양제철소 코크스 공장에서 연기처럼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 장면이었다.

사진과 입수한 자료들을 들고 감독 기관인 전라남도 동부출장소를 찾아갔다. 동부출장소에서도 처음 보는 광경이라고 말했다. 종종 정기 점검을 하지만 코크스 공장은 점검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출장소는 같은 날 오후 현장을 찾아 즉각 점검하고 사진과 같은 광경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다음날 취재진과 함께 현장을 방문했을 때는 사진에서처럼 흰 연기가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장면이 연출됐고 동부출장소나 제철소 직원들이나 당황해했다.

사진의 내용이 조작이 아닌 사실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지난 20년 동안 얼마나 많은 COG가 무방비 상태로 대기 중으로 노출된 것일까?

지난 4월14일부터 16일까지 그동안 취재한 내용을 중심으로 집중보도가 이뤄졌다.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 살인가스 COG, 아무런 규제도 없는 COG, 코크스 공장에서 일하다 직업병을 얻어 숨진 사람들.
마지막 보도가 되던 16일 광양제철소는 실시간 감시 체계와 최신 클리닝 시스템 도입 등을 담은 개선책을 내놨다.

전남지역 최대 광고주인 탓이라 어느 언론도 좀처럼 나서서 후속 기사를 써주지 않는 상황에서 얻은 결과라 더욱 감회가 남달랐다.

이번 취재에 물심양면으로 나를 도와준 광주전남CNB뉴스의 장봉현 기자와 후배 오지예 기자에게 감사하며 어려운 보도 여건 속에서도 과감하게 보도를 결정해 주신 이열범 전남CBS 본부장과 임영호 보도제작국장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전남CBS 박형주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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