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1,4-다이옥산 검출

221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부문/대구MBC 조재한 기자


   
 
  ▲ 대구MBC 조재한 기자  
 
지난 12월 중순 시경캡으로 출입처가 바뀌었다. 시작할 때면 늘 그렇듯 새로운 의욕과 욕심을 부릴 만도 했지만 그러질 못했다. 연말연시 대구 동성로와 서울 여의도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앉아 새해를 맞아야 했다.

그렇게 보름을 지내고 내가 있어야 할 곳으로 다시 돌아오자마자 다이옥산 사태가 터졌다. ‘낙동강에서 1, 4-다이옥산이 나왔다는데 그게 뭐지?’ 급하게 인터넷을 뒤져보니 클 것 같다는 감이 온다. 사실 확인을 위해 환경청에 전화를 하니 회의 준비로 바쁘다고 한다. ‘회의라? 일단 가봐야겠다.’

MBC로고가 찍힌 카메라가 회의장에 들어오는 걸 막을 법도 한데 모두 가만히 있다. 자기들도 급하게 비밀스럽게 모였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기자가 들어오니까 당황스러웠나 보다.

운 좋게도 회의장에서 제법 많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이옥산 수치가 일시적으로 높아진 게 아니었고, 관계 기관 사이에 협조도 전혀 유기적이지 않았다. 그렇게 그날 밤 뉴스데스크를 통해 전국에 첫 특종보도가 나갔다. 다음날 다이옥산 수치가 급상승했다. 사태는 급박하게 돌아가 정수장 가동이 중단되고 급기야 대구시장이 나서 수돗물을 반드시 끓여먹으라며 제한급수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한 달여 동안 수돗물 공포에 생수는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환경당국은 오랜 가뭄으로 수치가 높아졌을 뿐이고, 별로 해롭지도 않은 다이옥산을 언론에서 떠드는 바람에 일이 커졌다며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취재를 할수록 환경당국의 부실행정은 속속 드러났다. 다이옥산 배출업체의 배출량을 정한 협약서는 물론 사후관리조차 엉망이었고, 2백50만 시민에게 수돗물을 공급하는 고도정수시설조차 다이옥산을 포함한 화학약품을 거의 걸러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고도 상수도사업본부 대부분 직원은 최근 4년 사이 한번 씩은 해외연수를 다녀왔을 만큼 잦은 외유로 선진정수시설을 보고 왔다고 한다.

아직도 수돗물 안전을 위한 조치는 턱없이 미흡한 수준이다. 대구시와 경상북도, 환경부에서 급한대로 내놓은 임시처방과 어떻게 될 지 모를 중장기 대책, 일이 터졌을 때 와서 얼굴 비추고 간 정치인들의 공약, 이 모든 것들을 잊지 않고 있다.

물만큼은 마음 놓고 마실 수 있도록 끝까지 추적해 확인 보도할 것이다. 이번 다이옥산 사태를 취재하며 선후배간의 끈끈한 유대관계, 너나없이 열심히 뛰면서 언론계 안팎으로 힘든 현실에서도 많은 힘을 낼 수 있었다. 아직, 앞으로도 언론은 우리 사회에서 해야 할 일이 적지 않다.

어두운 곳에는 빛이 되고 썩어 가는 곳에는 소금이 돼야 할 텐데, 신문마다 방송마다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주변상황은 더 많은 악재로 둘러싸여 있다. 해야 할 일이 더 많이 있음을 느낀다. 대구MBC가 있는 이 지역사회에서 수돗물의 안전뿐 아니라 이 사회의 건강성을 지켜내기 위해 더 열심히 뛸 것이다. 대구MBC 조재한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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