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사장 퇴진 맞물려 장기화 우려-CBS파업 50여일 해결책은 없나

노조"임단협 타결되면 바로 업무복귀"/사측'임금 동결 절대 철회할 수 없다" /양측 주장 팽팽...중간 합의 어려울 듯

CBS노조(위원장 민경중)가 전면 파업에 돌입한 지 50여일 째를 맞고 있다. 그러나 파업은 전혀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장기화되고 있다. 과연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권사장 퇴진문제가 걸림돌

임단협 협상 결렬로 촉발된 CBS파업이 그동안 노사간에 단 한차례의 공식 협상도 이루어지지 않은 채 장기화되는 이유는 이번 파업이 권호경 사장 퇴진운동과 미묘하게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사실 CBS노조는 지난해 4월 권 사장 퇴진 및 재단 개혁을 요구하며 33일간 파업을 벌인 데 이어 올해 초 ‘축 총선화분’ 사건을 계기로 또다시 권 사장 퇴진운동을 벌여 왔다. 권 사장에 대한 불신이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물론 노조는 권 사장 퇴진운동을 철회한 것은 아니라고 전제하면서도 이번 파업이 임단협 결렬에 따른 파업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임금이 동결 또는 삭감돼 왔기 때문에 28% 임금인상은 정당한 요구라는 주장이다. 따라서 임단협 협상만 이루어지면 곧바로 업무복귀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사측은 노조의 파업이 임금인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장퇴진에 있기 때문에 임금동결이라는 기존입장을 철회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연 기획조정실장은 “CBS 형편상 28%임금인상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노조가 알면서도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노조의 파업 목적이 임금인상에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현재로선 수정안을 제시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CBS의 경우 권 사장이 퇴진하거나, 노조가 요구하는 만큼의 임금인상이 이루어지거나 하지 않는 이상, 여타 사업장처럼 중간지점에서 타결을 보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업무복귀자 한사람도 없어

그러나 이같이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파업에 참가하고 있는 조합원들 가운데 업무에 복귀한 사람은 아직 한사람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는 지난해 이미 장기간의 파업을 경험하고 시행착오를 겪은 내부 구성원들이 이번 기회에 CBS정체성을 회복하고 뭔가 바꿔보자는 정서가 강하다는 것을 나타내주는 것이다.

특히 사측이 보도국 기자를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해고하는 무리수를 들고 나오자 분위기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파업에서 사측이 23명의 쟁의대책위원들을 해고했다가 파업국면이 복직투쟁으로 전환되는 양상을 빚은 것을 감안해 이번에도 박모 기자를 희생양으로 삼은 것아니냐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노조는 노조대로 파업이 장기화될 것에 대비해 생계대출비 등을 마련하는 등 사측의 무노동무임금 적용으로 생활에 어려움을 느끼는 조합원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놓았다. 노조는 파업 초기에 2억3000여 만원을 마련, 이미 지난달 68명에게 무이자로 100만원씩의 생계대출비를 지원한 데 이어 11월에도 생계대출비 신청을 받고 있다.

노조는 또 사내에서의 집회보다는 언노련 등과 함께 표용은 재단이사장 및 권 사장 집 앞에서 규탄집회를 갖는 등 대외홍보 작업에 힘을 쏟는 한편 조합원 단합대회 및 재택투쟁을 하는 등 내부구성원들이 소모적인 투쟁을 하지 않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권사장 퇴진을 바라는 이유는

대부분의 내부 구성원들은 이번 파업이 권사장의 거취 문제와 연관되어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권사장 퇴진 문제는 이미 지난해 파업부터 곪을 대로 곪아온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파업이 장기화되는 것을 우려하면서도 권사장의 퇴진을 바라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대다수의 내부 구성원들이 권 사장의 경영능력이나 도덕성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실제 권 사장이 94년 2월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CBS는 6년째 적자행진을 계속하고 있으며, 현재 500여억원에 이르는 금융부채를 안고 있다. 이에 따라 직원들은 97년 이후 1인당 평균 임금체불이 2000여만원에 이르고, 98년에는 체불상여금 700%를 반납했다. 그럼에도 교계헌금 100억원 모금과 송신소 부지 매각 비용 등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권 사장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은 채, 올해 또다시 임금을 동결하겠다고 나서자 내부 구성원들의 불만이 고조됐다.

또한 올해 초 권 사장 퇴진운동을 촉발시켰던 ‘축 총선승리 화분사건’을 비롯해 김영삼 전대통령에게 충성편지를 보내는 등 정치권에 편향된 모습을 보임으로써 언론사 사장으로서 최소한의 품위를 상실했다고 보고 있다. 또 이 사건을 계기로 부장급 간부들이 권 사장 퇴진을 공식요구하고 나서자 이들을 징계하고 지방발령을 내는 등 강수를 들고 나와 감정이 격화돼 있는 상황이다.

어쨌건 이같은 내부 상황 등을 감안할 때 CBS의 이번 파업이 임단협 결렬로 촉발된 것이기는 하지만 파업의 성패 여부에 따라 권사장의 거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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