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댐 보고서

219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기획보도 방송부문/울산MBC 박치현 기자


   
 
  ▲ 울산MBC 박치현 기자  
 
지금 한반도 댐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과연 댐은 안전한가? 우리가 마시는 댐에는 어떤 유해물질이 들어 있는가?

이런 의문을 가지고 취재에 착수, 한반도 댐의 역사를 다시 쓴다는 자부심으로 댐 현장과 수자원공사를 수도 없이 방문했다.

하지만 자료 접근의 한계에 봉착했다. 국토해양부와 수자원공사가 ‘댐은 국가보안시설’로 자료 공개가 불가능하다며 철저한 비밀에 부친 채 전혀 문제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큰 사고 앞에는 항상 여러 차례 이상 징후가 발견된다는 하인리히 법칙이 한반도 댐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폭우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중·소형댐, 부실공사로 누수가 진행되면서 붕괴위기를 맞은 댐, 정수장의 항생물질 검출 등 각종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필자는 우선 댐 조사 용역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대학교수들을 만나 그동안 숨겨져 왔던 자료를 수집했다. 수자원 관련 기관의 지인들도 끈질기게 설득해 비공개 문서를 찾아냈다.

한반도 댐은 예상보다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우선 댐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홍수나 지진 때 우리나라 댐이 어느 규모의 충격에 붕괴될 수 있는지를 시뮬레이션해 본 결과 수자원공사가 댐 안전을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반론을 얻어냈다. 이에 수자원공사는 방송 자제 요청 공문을 보내왔고 시뮬레이션에 참여한 교수들의 자질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취재에 참여한 교수들은 국내 몇 명 안 되는 댐 전문가들로, 수자원공사의 용역을 맡은 경험이 있었다.

소양강을 비롯한 대형 댐들은 홍수에 매우 취약하다. 기상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하루 가능 최대 강수량은 1천mm이고 이런 비는 언제든지 내릴 수 있으며 이럴 경우 대부분 댐은 물이 넘치면서 붕괴되는 것으로 이번 취재 결과 드러났다.

방송이 나간 후 국토해양부와 수자원공사는 별다른 말이 없었다. 댐은 두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겉모습은 건강해 보였다. 그러나 속은 병들고 힘이 없었다.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댐의 그늘이 예상보다 심각했다. 취재를 하면서 한반도 댐의 소리 없는 경고를 똑똑히 들었다. 창밖의 바람을 방안에서 바람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댐이 안전하다고만 주장하는 수자원 당국에 진실의 창문을 열고 댐과 대화해 보기를 당부하고 싶다. 울산MBC 박치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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