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게이트 추적보도
219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부문/동아일보 정원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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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 정원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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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농협 관련 수사를 하는 것 같더라.” 지난해 8월 초 평소 알고 지내던 취재원이 넌지시 던진 말에 솔깃했다. 농협과 관련해 의혹이 제기된 각종 기사와 국회 회의록 등을 모조리 뒤졌다. 유난히 농협의 알짜 자회사였다가 태광실업에 팔린 ‘휴켐스’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몇 주째 같은 질문만 반복하던 기자에게 검찰 관계자가 성가신 듯 말문을 열었다. “‘농협사랑지킴이’가 휴켐스 헐값 매각 의혹을 진정했다.”
그즈음 의정부교도소에 수감 중인 정대근 전 농협 회장이 정권 교체기에 사면을 받으려다 좌절돼 낙담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렸다. 특수2부가 정 전 회장을 소환 조사한 것도 포착됐다. 검찰은 정 전 회장보다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의 ‘수완’에 더 주목하고 있다는 것까지 알게 됐다.
‘검찰의 휴켐스 헐값 매각 의혹 수사’라는 첫 보도가 2008년 8월20일자로 나갔다. 박 회장과 관련한 다른 제보들이 모일 만큼 첫 보도의 힘은 대단했다. 9월 중순 검찰이 아닌 국세청이 이례적으로 박 회장을 출국 금지한 사실이 추가로 포착됐다. 그리고 태광실업의 세무조사가 12월5일까지 연장됐다는 소식이 들리던 11월 중순. 또 다른 취재원이 “박 회장 수사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전언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뒤인 11월19일 대검 중수부가 옛 세종증권의 대주주였던 세종캐피탈을 압수 수색했다. 수사팀은 “박연차의 ‘ㅂ’자도 나오지 않는다”고 강조했지만 검찰 수사가 머지않아 박 회장을 향하리라고 확신했다.
박 회장과 세종증권. 두 단어의 관련성을 찾으려고 전화를 돌렸다. 박 회장이 세종증권 주식을 차명으로 산 것이 수사 대상이라는 얘기가 들렸다.
11월21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인 정화삼씨 형제가 ‘알선’ 수재 혐의로 체포됐다. 청탁 대상을 찾아야 했다. 얼마 뒤인 23일 누군가가 “노건평 씨가 정 전 회장과 정 씨 형제들과 아주 가깝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아무도 ‘확인’해주지 않아 더는 진전이 없었다. 그날 밤늦게 한 검찰 관계자가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했다. 다음날 노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씨의 이름이 동아일보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친노게이트’의 본격적인 출발이었다.
본보 보도 이후 박 회장과 노 씨가 모두 구속됐지만 검찰 수사와 동아일보 기자들의 취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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