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획리포트-앵무새의 경고
제216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기획보도 방송부문/전북CBS 김용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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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CBS 김용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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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앵무새 취재를 위해 태국에 간다고 하니 주위에서는 “앵무새 한 마리 때문에 해외취재를 가느냐”는 반응도 있었다.
그러나 앵무새를 찾아 머나먼 해외로 날아간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앵무새 밀수가 조류인플루엔자(AI) 전염의 유력한 용의자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이고 그 밀수가 국내 애완조류업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앵무새나 알을 AI 발생국으로부터 밀수하는 것은 AI를 전염시킬 수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지만 밀수꾼에게는 이윤이 높은 품목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태국에서 앵무새나 알을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면 수십 배의 차익을 남길 수 있고 자신도 그 유혹을 떨쳐버릴 수 없다”는 국내 한 조류상의 솔직한 고백이 이를 대변했다.
희귀 앵무새 한 마리가 중형 승용차 값에 버금갈 정도로 높은 시세를 보이면서 앵무새 밀수가 국제적으로 마약과 총기류 밀수 다음으로 선호되고 있다.
하지만 앵무새 등 애완조류 밀수가 얼마나 위험한지 그 실례가 있다.
2005년 벨기에 브뤼셀 공항에서 밀반입되던 태국산 독수리 2마리가 적발됐다. 검역당국의 조사결과 그 독수리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5N1)가 확인됐다. 이에 앞서 2004년 영국의 한 공항에서도 통관 대기 중이던 앵무새에서 역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확인돼 영국 방역당국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취재진이 AI 발생국 태국에서 확인하고자 한 것은 이 같은 위험천만한 앵무새 밀수의 국내 연결고리였고 이를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
태국 방콕 짜뚜짝 애완조류시장 상인의 입에서 한국인 밀수꾼 리스트가 줄줄이 흘러나왔다. 알을 가져갈 경우 검역에 걸리지 않는 친절한(?) 설명도 곁들였다.
하지만 앵무새 밀수에 국제범죄조직이 개입돼 있다는 주장이 사실임을 입증하듯 태국 현지 취재는 아찔한 순간을 맞기도 했다.
방콕 짜뚜짝 애완조류시장을 잠입 취재하던 후배 이균형 기자가 낌새를 눈치챈 현지 조류상가 상인들에게 붙들린 것이다.
이 기자는 캠코더의 메모리카드와 명함까지 빼앗긴 뒤 빠져나올 수 있었고 체류 중 계속된 긴장감은 귀국 비행기에 탑승하고서야 풀렸다.
메모리카드를 빼앗겼지만 다행히 비상용으로 가동한 MD녹음기는 발각되지 않아 태국 현지 조류상인들의 생생한 진술이 무사히 전파를 탈 수 있었다.
해외 취재를 배려한 선배와 회사, 신변의 위험에도 1백% 임무를 완수한 이균형 기자, 그리고 다큐멘터리 음악과 편집에 도움을 준 후배들에게 이 지면을 빌려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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