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90만원의 비밀-정치인 재판 결과 대해부
제216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국민 송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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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 송세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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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정치자금법 위반죄로 1심에서 벌금 5백만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지난 3월 선고된 항소심에서는 특별한 이유 없이 벌금 80만원으로 형량이 대폭 깎였다. 벌금 1백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이 박탈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파격적인 감경조치였다.
이 전 이사장의 벌금형은 그대로 확정됐고, 그는 곧 18대 총선에 출마했다. 항소심 변호사가 전관이라는 점 때문에 ‘전관예우’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고 ‘면죄부 판결’이라는 비난도 쏟아졌다. 이번 기획의 출발점은 이 같은 사례가 이 전 이사장뿐일까 하는 의문이었다.
법조팀은 지난 5월 말 기획회의에서 최근 2〜3년간 공직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사범들의 판결 관행을 탐사보도하기로 결정했다. 매일매일 취재에 바쁜 법조팀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기획물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일선 취재기자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탐사보도가 더욱 발전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사회부 데스크들도 좋은 기획이라며 격려했다.
가제를 ‘벌금 90만원의 비밀’로 정하고 취재에 들어갔다. 관련 판결문을 확보해 분석하는 작업은 문수정 기자가 맡았다. 검찰 쪽은 이제훈 강준구 기자가, 변호사 업계의 수임 관행에 대해서는 김경택 기자가 취재했다. 문 기자는 1천여건의 판결문을 붙들고 씨름했다. 이 중 시기와 성격 등을 감안해 4백여건의 판결문을 추려냈고 항목별로 나누어 엑셀 프로그램에 입력한 뒤 분석했다.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각급 법원으로부터 판결 당시 법관사무 분담표 등을 입수한 뒤 변호사와 재판장의 관계를 분석했다.
1차 데이터 분석을 통해 납득하기 힘든 판결관행이 여실히 드러났다. 변호사가 전관인 경우는 물론 재판장과 변호사가 특수관계인 경우도 많았다. 1심에서는 중형 선고 사유였던 부분이 2심에서는 경감 사유로 돌변한 사건도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현직 법관과 검찰 간부, 변호사, 해당 사건의 피고인 등을 상대로 보강취재에 들어갔다. 1심에서 벌금 1백만원 미만이 선고됐는데도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는 사례가 일부 드러났고 변호사 선임에 얽힌 문제점들도 포착됐다. 3개월간의 취재를 마치고 지난 8월 4회 분량으로 기사를 내보냈다.
보도 후 사내외 반응은 뜨거웠다. 특히 18대 총선 사범에 대한 재판이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재판결과를 계속 추적해 달라는 주문이 많았다. 법원도 모든 지적에 동의할 수는 없지만 전체적인 문제의식은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앞으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합리적 양형 관행이 자리잡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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