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 거부하는 예술중학교

제215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부문 / KBS부산 박영하 기자


   
 
  ▲ KBS부산 박영하 기자  
 
‘장애아들은 예술중학교에 입학할 수 없다는 얘긴가?’
보도는 이처럼 아주 기본적인 물음에서 시작됐다. ‘그래도 학교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합당한 이유가 있겠지’라며 학교와 교육청의 입장을 충분히 더듬으며 취재에 착수했다. 그러나 이들 기관의 입장은 의외로 단순하고도 꼿꼿했다.

학교는 ‘특수학교에 다녔던 아이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이었고, 교육청은 ‘특성화 학교는 관여할 수 없다’는 논리로 학교의 주장을 두둔했다. 선진국을 지향한다는 대한민국 교육계의 장애아를 대하는 뿌리깊은 편견…. 장애아를 둔 어머니의 절박한 심정이 가슴에 와닿았고, 전국 2백만명이 넘는 장애인을 대신해 어머니의 응어리라도 풀어줘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발달장애 2급 아들을 둔 성민이 어머니의 사연인 즉, ‘아이가 실기시험을 쳐서 입학하면 난처해진다’며 예술중학교가 사실상 시험을 거부했다는 것.

전국미술대회에 여러 차례 입선할 정도로, 아이의 그림실력과 관찰력은 뛰어났다. 상담 시 학교도 레슨 강사까지 추천해 줄 정도로 실력을 칭찬했다. 그러나 성민이가 특수학급에 있다는 것을 안 뒤 학교의 태도는 돌변했다.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답변은 아이를 두 번 울렸다. ‘특성화 학교는 모든 사항을 자체적으로 집행하기 때문에 관여할 수 없다’는 것.

관련법규를 뒤졌다. ‘모든 학교는 특수교육 대상자를 위한 편의와 시설을 제공해야 하고, 국가는 예산 지원을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었다. 또 ‘교육청은 특성화 학교라서 관여할 권한이 없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었다. 학교와 교육청은 졸업 전에 ‘특수교육 대상자의 지정·배치 제도’에 관한 안내도 제대로 없었다.

KBS의 보도로 교육청은 결국 특수교육대상자 선정 절차부터 다시 시작했지만, 절차마다 가시밭길이었다. 1차 특수교육 운영위원회 결과는 ‘일반중학교에 학적을 둔 채 적응기간을 거쳐 재심사하겠다’는 해괴한 결정이었다. ‘반인권적인 처사’라며 인권단체들이 반발했고, 논란은 후속보도로 이어졌다. 언론의 보도가 잇따르자 교육청은 재심사를 했고, 우여곡절 끝에 성민이는 입학 거부 9개월 만에, 보도가 시작된 지 다섯달 만에 예술중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기자상을 받으러 가는 날, 어머니로부터 무사히 첫 등교를 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반가운 소식이었지만 만감이 교차했다. ‘성민이의 순수가 또다시 짓밟히지는 않을까?’ 장애인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편견.

세상에 빛을 본 성민이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비장애인들의 이른바 ‘의식장애’를 치유하는 길만이 더불어 사는 지름길임을 절감한 과정이었다. KBS부산 박영하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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