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변호사들
제215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방송부문/ MBC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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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김수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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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간단했다. 어머니 때문이었다. 형제들과 함께 간단한 민사소송을 하게 됐는데 알고 보니 재판을 해서 받을 수 있는 돈보다 변호사에게 주는 돈이 더 많더라는 게 어머니의 얘기였다.
한마디로 배보다 배꼽이 큰 것이었는데, 그럴 수 있다는 걸 어머니도, 형제들도 몰랐고 변호사 역시 설명해 주지 않았다. 경찰기자 야근할 때 말고는 법원 근처에도 가 본 적 없는 나는 ‘도대체 민사소송하려면 돈이 얼마나 들고, 형사소송하려면 어떤 변호사를 어떻게 찾아가야 될까’ 하는 궁금증을 그대로 아이템으로 연결시켜 보기로 했다. 변호사를 ‘조지는’ 게 아니라 정보성 아이템을 만들어 보자는 ‘순수한’ 의도였다.
그런데 변호사 수임료와 관련된 제보를 받는다는 자막이 나가자마자 제보가 쉴 새 없이 쏟아졌다. 내가 한 일은 사실 그 제보자들을 찾아가 얘기를 듣고, 해당 변호사를 찾아가 확인을 한 것뿐이었다. 상대가 변호사이다보니 어느 한 곳 찾아가 호소할 곳이 없었다는 제보자들의 얘기는 하나같이 안타깝고 분통터지는 것들이었다.
시상식 때 기자협회장 선배가 “성역을 취재했다”고 했다. 사실 성역이 맞았다. 취재하기 어려운 성역이 아니라 변호사들이 만들어 놓은 성역이었다. 수임료만 받고 잠적한 유명 변호사도, 판사 접대비 명목으로 웃돈을 받은 전관 변호사도 끝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변명하기에만 급급했다. 수천만원의 수임료를 받고 불성실 변론을 하면서도 의뢰인들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안 하는 변호사들. ‘나는 힘들게 공부해서 어려운 사법고시에 합격했다’고 하는 변호사들의 특권 의식은 정말 예외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의뢰인들이 돈을 갖다 주면서도 변호사에게 머리를 조아려야 하는 이상한 현실을 보면서 이게 무슨 법률 ‘서비스’인가 할 정도였다.
제보가 넘쳐 두 편으로 나눠 보도하게 돼서야 뒤늦게 ‘앗, 이러다 변호사들 줄소송 들어오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다른 기관에 아무리 호소해도 해결이 안 됐는데 방송에 제보하니까 해결됐다며 역시 언론사가 힘이 세다는 의뢰인들의 얘기를 듣고는 ‘아 그래도 아직 힘이 있다고 생각해 주시는구나’ 싶어서 없던 힘도 솟아올랐다.
지나칠 정도로 성역 없고, 부담스러울 정도로 투철한 고발정신으로 항상 후배들을 채찍질해 주시는 뉴스후 데스크들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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