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관 동아 회장 사퇴 의사 밝혀

오명 사장-김학준 부사장 전진 배치

동아일보 김병관 회장이 3일 오전 간부회의에서 회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후임으로는 대표이사 회장에 오명 사장, 사장 겸 편집인 발행인에 김학준 부사장 대우 겸 논설·편집 고문을 지명했다.

김 회장은 이 자리에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명예회장으로 남고 주총 의장직만 맡겠다”면서 “내년 2월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오명 사장을 대표이사 회장, 김학준 고문을 사장 겸 편집인 발행인으로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장남인 김재호 전무에 대해서는 부사장 겸 인쇄인직을 제안했다.

이날 오후에는 사내 인터넷 게시판에 ‘사원 여러분께 알려드립니다’라는 글을 올려 사원들에게도 사퇴의 뜻을 밝혔다. 이 글에서 김 회장은 “최근 본인이 관여된 유감스런 일들로 인해 회사에 누를 끼쳐 사원들의 사기가 저하되었다”며 고대 앞에서 주사를 부린 일을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이어 “어느 누구도 동아일보의 신뢰를 훼손하는 일은 용납돼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회장도 예외일 수 없다”며 “내년 2월 주주총회에 즈음해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할 생각이었으나 사원 모두가 심기일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앞당겨 인사 구상을 밝히기로 했다”고 사퇴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달 13일 고대 앞 사건 직후 중국으로 출국해 1일 귀국한 김 회장은 중국에 머물면서 사퇴 결심을 한 것으로 보인다. 갑작스런 사퇴 발표와 관련, 사내에서는 ‘고대 앞 사건’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을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한 기자는 “재작년부터 김 전무를 회사의 중역으로 앉히면서 경영 일선에서 서서히 물러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고대 사건으로 본인의 계획보다 사퇴 시기가 몇 년 더 앞당겨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난달 이현락 주필 복귀, 김학준 부사장 대우 겸 논설·편집 고문 임명 등을 둘러싸고 사내 역학 관계에 대한 논란이 일자 이번 인사 발표로 지휘 체계를 명확하게 정리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사에 대해 사내에서는 김병관 회장에서 김재호 전무 체제로 가기 위한 중간단계라고 풀이하고 있다. 또 김학준 고문에 대해서는 “편집인, 발행인 사장을 겸하는 실세로 떠오른 것 아니냐”는 해석과 함께 “김재호 전무, 이현락 주필, 오명 사장 사이에서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라는 견해가 엇갈렸다.

김 회장 사퇴 발표에 대해사내기자들은 대체로 갑작스럽다면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한 기자는 “최근 불미스러운 일들이 있었지만 기자들이 회장에 대해 직접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지는 못했다. 본인 실수에 대해 책임지고 사퇴 결심을 밝힌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보다 중요한 것은 소유 경영 편집의 분리이다. 사퇴 결심이 실질적인 이선 후퇴로 이어지는 것인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을 펴기도 했다.

한편 간부회의에서 오명 사장은 “공적인 자리에서 물러나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회장이 요청한 만큼 열심히 하겠다”고 말하고, 김학준 고문은 “동아일보를 마지막 직장으로 생각하고 동아일보에만 전념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관 회장은 68년 동아일보 입사 후 85년부터 대표이사로 재직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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