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 인권 리포트
제214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부분 / 세계일보 김태훈 기자
[제214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부분 수상자 취재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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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일보 김태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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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기획-정신장애인 인권리포트’취재는 만만한 작업이 아니었다. 60명이 넘는 정신장애인, 가족, 정신과 전문의, 정부 관계자와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취재팀 4명이 한 달 넘게 취재에 매달렸다.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의 경우 의사소통부터 어려웠다. 자꾸만 초점에서 벗어나는 말을 하는 통에 기사에 필요한 ‘팩트’를 챙기는 데 엄청난 인내력을 발휘해야 했다. 인터뷰는 4시간을 넘기 일쑤였다.
정신장애인을 돌봐주는 가족들은 힘에 겨워 주저앉아 있었다. 비싼 치료비를 마련하고 행여 잘못되지 않을까 늘 지켜보느라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여기에 정신장애인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편견과 싸늘한 시선은 또 어떤가. 이들은 취재 자체를 기피하거나 설령 응하더라도 민감한 이야기는 꺼리기 일쑤였다.
정신과 전문의나 정신병원에서 일한 적이 있는 전직 간호조무사, 보호사들은 ‘내부 고발자’에게 가해질 불이익을 우려했다. 아무리 완벽한 익명 처리와 철저한 취재원 보호를 제안해도 망설이는 표정이 뚜렷했다. 몇 차례 다짐을 받고서야 겨우 정신병원 내부의 부조리에 대해 들려줬다.
부산의 어느 정신병원에 18년동안 강제로 입원 당했다가 국가인권위원회가 개입해 겨우 퇴원한 이철호(55·가명)씨의 사연은 취재팀에 큰 충격을 안겼다. 그는 “그 곳은 병원이 아니라 수용소였다”고 증언했다. 아직 환갑도 안됐지만 단 하나의 치아도 남아있지 않았다. 정신병원에서 준 값싼 약의 부작용 등으로 이가 다 빠졌다고 했다.
보도 후 각계에서 쏟아지는 뜨거운 반응을 접하며 ‘우리나라는 왜 아직도 이 수준인가’란 의문이 들었다. 정신병원의 인권침해와 정신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편견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관련 기사가 숱하게 나왔고 2001년 이후론 인권위도 개입해왔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점차 정신병원이 사라지는 선진국과는 반대로 우리나라는 아직도 병상수가 늘고 있다. 이제는 우리 사회도 정신병원의 닫힌 문을 열어젖히고 정신장애인들의 사회복귀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정신장애인을 보듬고 같이 산다’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그래야 선진국이 될 수 있다.
마침 인권위가 내년에 ‘정신장애인 국가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 보고서가 정신장애인 인권 개선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금 정신장애인 문제에 대한 정부의 체계적인 노력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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