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쇠고기 도축장 부실점검
제214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부문 / KBS 우한울 기자
[제214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부문 수상자 취재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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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우한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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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드는 곳엔 곰팡이가 슬지 않습니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정부의 비밀주의를 비판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정부가 하는 일이 투명하게 공개되면 부패는 들어설 자리가 없다는 걸 빗댄 말이다. 누군가 내가 하는 일을 지켜본다고 생각하면, 일 처리가 공정할 수밖에 없음은 당연하다.
‘미국 도축장 특별점검 결과 축소발표 의혹’ 취재를 하면서 우리나라 정부가 밀실행정을 최선책으로 여기는 것 같아 씁쓸했다. 민감한 일은 일단 덮고 보자는 식의 공무원의 안일한 태도는 여전했다. 특히 전 국민이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던 미국산 쇠고기 안전 문제와 관련된 중요한 사항을 숨겼다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치아감별사 부족’ ‘3개월 이상 쇠고기 학교 급식용으로 사용’ ‘예냉실 지육접촉 우려’ 등 단독 입수한 미국도축장 점검결과 내부보고서에는 정부 발표에 없는 내용이 수두룩했다. 하나같이 공개됐을 경우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불리하게 작용할만한 내용들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내용을 깡그리 빼놓고 대국민 발표를 했다.
문제는 축소발표 뿐이 아니었다. 취재를 할수록 미국 도축장 점검 자체가 부실 투성이었다는 정황이 곳곳에 드러났다. ‘사진을 한 장도 찍지 못했다’는 것은 도축장 점검 자체가 요식행위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점검단 일원이었던 한 수의사는 “실질적 점검이 되지 못했다”며 한계를 인정하기도 했다. 사진 촬영제한 등 도축장측의 각종 규정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한 국가의 점검단이 일개 육류가공업체 규정에 가로막혀 검역주권을 지키지 못한 셈이다.
미국 도축장 점검결과 은폐를 누가 지시했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에서 이뤄졌는지 속시원히 밝히지 못한 것은 이번 취재의 가장 큰 아쉬움이다. 이번 사태가 한차례의 해프닝이었는지 아니면 현 정부 비밀주위의 한 단면인지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속보취재를 위해 특별점검단에 미국 도축장에서 직접 작성한 체크리스트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점검단은 그러나 이를 ‘업체의 영업비밀’이므로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국민의 안전보다 미국 업체의 영업비밀이 더 중요하냐, 미국은 다른 나라 도축장 점검결과를 공개하고 있는 데 알고 있냐고 따졌더니 아무런 답을 하지 못했다. 또 한번 현 정부의 비밀주의를 실감했다.
이번 취재를 마치고 기자들이 더욱 바빠질 것 같다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밀실에서 국가 중대사가 결정되고 있음을 국민들이 알아차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비밀주의에 ‘빛’을 쪼이는 데 기자들은 당분간 주력해야 할 것 같다. 곰팡이가 슬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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