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여성 시위자 전투화로…

제214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부문 / 국민 김지방 기자

[제214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부문 수상자 취재 후기]




   
 
  ▲ 국민일보 김지방 기자  
 
네티즌이 먼저 찾아내, 네티즌이 먼저 보도한, 네티즌이 만들어준 특종이었다.

5월31일에서 6월1일로 이어지던 밤은, 처음으로 밤새 시위가 벌어진 날이었다. 청와대 앞까지 순식간에 촛불을 든 사람들로 뒤덮였다.

경찰도 깜짝 놀랐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살수차를 동원하고 물대포를 쐈다. 청와대 앞길까지 시위대가 진출한 것은 6월항쟁 때도 없었던 일이었다.

시민들은 MT라도 온 듯 집회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흥분하고 거칠어진 것은 경찰이었다. 경찰 버스로 만들어진 바리케이트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 여성을, 전경이 머리채를 잡고 넘어뜨린 뒤 전투화로 두세 차례 걷어찬 것도, 그 장면이 카메라에 그대로 담기도록 손 놓고 있었던 것도 흥분했기 때문이었다.

정작 현장에서 문제의 장면을 카메라에 담은 인터넷 방송팀의 후배는 조심스러워했다. “전투화에 머리를 얻어맞는 장면이 너무 자극적인데요. 이거 공개해도 될까요?”

내 머릿 속에 얼른 떠오른 것은 4.19의 김주열, 6.10의 이한열이었다. 더 큰 희생이 생기기 전에, 공권력의 폭력을 있는 그대로 보도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감시간을 기다리지 않고, 시위 상황을 전하는 동영상 속에 문제의 장면을 삽입해 인터넷에 띄웠다.

그때까지만해도, 시위 현장을 있는 그대로 보도하자는 생각뿐이었다. 전체 기사 중 여성이 경찰 전투화에 맞았다는 내용은 몇 줄로 짧막하게 넣었다.

동영상은 삽시간에 퍼져갔다.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조회수가 수십만 건을 넘어섰다. 동영상을 본 사람들은 공권력에 분노를 토하면서 촛불 집회에 참여하겠다는 댓글을 줄줄이 달았다.

그때서야 기자도 사태가 심상치 않다고 느꼈다. 부랴부랴 동영상 화면을 갈무리해 사진으로 뽑고, 현장에 있던 카메라 기자의 얘기를 정리해 기사를 다시 작성했다. 네티즌들이 기사를 발굴해 낸 셈이다.

그날 밤 각 공중파 방송에서도 우리가 촬영한 화면을 보도했다. 방송사 기자들은 “여성이 맞는 장면을 보도해달라는 전화가 빗발쳤다”고 전했다. 동영상 조회수는 며칠 만에 2백만 회가 넘었다. 블로그를 통해 확산된 것까지 합치면 그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두 가지만 덧붙인다. 첫째, 국민일보는 네티즌이 동영상을 퍼가는 것을 막은 적이 없다. 다만 일부 포털 사이트가 허락 없이 이를 도용해 뉴스로 재가공한 것에 항의했을 뿐이다.

둘째 이 상은 현장을 취재한 국민일보 쿠키뉴스 인터넷방송팀 이학진 기자가 받아야한다. ‘이달의 기자상’이 인터넷 매체로까지 문호를 넓혀 명실상부한 한국 최고의 기자상이 되어주길 바란다.

국민일보 김지방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