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기자단 평양취재 놓고 ´시끌´
미 국무부는 ´풀기자단´ 답변, 국내 보도는 ´자사 기자´ 명의
워싱턴 기자단이 평양 취재를 둘러싸고 시끄럽다.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 취재에 국내 4개 언론사만 선정된 데 이어 클린턴의 방북이 점쳐지고 있는 아시아 순방 동행 취재를 놓고 언론사간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11월 11일부터 20일까지 예정된 클린턴의 아시아 순방이 시작될 브루나이행 ‘티켓’을 놓고 워싱턴 특파원들이 회의를 연 것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백악관이 “동행 취재를 원하는 기자들은 25일까지 신청하라”는 통지를 보낸 이후의 일이다.
문제는 엄청난 경비였다. 전세기와 호텔 숙박비 등 1만 달러를 사전에 예치해야 하고, 이후 추가로 들어갈 경비까지 포함하면 우리 돈으로 1500∼2000만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브루나이행 비행기를 탄다고 해서 평양에 들어간다는 보장이 없는 만큼 기자들은 “클린턴의 방북 결정이 난 이후에 공동기자단을 꾸려 신청을 하고, 이번 브루나이 취재는 하지말자”고 의견을 모아 백악관에 공동명의의 편지를 보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언론사 가운데 KBS가 “이미 취재 신청을 해 놓은 상태”라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지난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의 방북 때 방송사 가운데 KBS가 선정되고 이후 풀 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심기가 불편했던 MBC, SBS, YTN 기자들이 KBS를 제외한 각 사 취재기자 1명과 카메라기자 1명 등 4명으로 방송 풀 기자단을 구성해 브루나이 취재를 신청하자 연합뉴스와 조선일보도 신청서를 내면서 기자단의 결의가 깨져버렸고, 이 과정에서 기자단 간사가 사퇴하는 등 논란이 거듭됐다.
브루나이행 티켓을 둘러싼 이같은 논쟁은 올브라이트 장관의 평양 방문 때 국내 언론사 가운데 4개 언론사에게만 방북취재가 허용되고, 이 과정에서 풀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빚어진 갈등이 이어진 것이다.
당초 워싱턴에 특파원을 두고 있는 국내 16개 언론사는 모두 올브라이트 장관 방북을 취재하겠다는 신청서를 미 국무부에 냈다. 그러나 북한과 미 국무부는 기자들이 22일 베이징에서 출발하는 평양행 전세기를 타기 위해 적어도 20일에는 워싱턴을 출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19일 저녁까지 한국 기자들의 방북 허용 여부를 결정짓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KBS, 동아, 중앙, 연합 4개 언론사에 연락이 온 것이 20일 새벽. KBS취재기자2명과 카메라기자 1명, 중앙일보와 동아일보 기자 각 1명 등 5명은 20일 서둘러 중국 비자를 받고 워싱턴을 떠났으며, 연합뉴스 기자는 22일 새벽에 출발하는 올브라이트 장관의 전용기에 탑승해 평양에 들어갔다.
문제는 이들 기자들이 한국 풀 기자단으로 평양에 들어갔느냐 여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린 것이다. 이에 대해 미 국무부는 나머지 기자들에게 “풀 기자단”이라고 답변한 반면, 방북한 4개사 기자들은 사전에 풀 방식 등에 대해 전혀 논의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 이들 4개 사 기자들은 혼선을 빚다가 ‘공동기자단’이 아닌 자사 기자 이름으로 기사를 보냈다.
이같이 평양 취재를 둘러싸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워싱턴 특파원들은 26일 오후 다시 회의를 갖고 “브루나이 취재 취소시한인 27일 오후 5시까지 신청을 철회하고, 새롭게 풀 기자단을 구성해 클린턴의 방북이 확정된 이후 신청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여기에 “신청을 철회하지 않은 언론사는 풀단에서 제외시킨다”는 단서조항도 달았다. 그러나 KBS와 조선일보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음으로써 당분간 평양취재를 둘러싼 워싱턴 기자단의 잡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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