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민족 다문화 시리즈
[213회 이달의 기자상]지역기획보도 신문부문/매일신문 최두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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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신문 최두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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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북의 한 농촌. 20대 후반의 베트남에서 온 신부가 국수를 말아 머리에 이고는 총총걸음으로 들녘으로 향한다. 그녀의 등에는 젖먹이가 업혀 있다.
#2. 대구의 한 염색공장. 시커먼 피부의 스리랑카 노동자가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염료에 천을 밀어 넣고 있다. 공장에는 중국에서 온 동료까지 5명의 외국인이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
#3. 대구 동성로. 무리를 지은 외국인이 노점 리어카의 옷을 살핀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건네며 한 벌씩 옷을 고른 뒤 셈을 치른다.
취재팀은 우리와 함께 살면서도 교집합을 이룰 수 없는 외국인근로자, 결혼이주여성, 중국·고려인 동포 등과 더 나아가 그들의 2세의 삶을 되짚어보기로 했다. ‘다민족, 다문화’ 시리즈는 우리의 의식 속에 깊이 박혀 있는 ‘단일민족’의 자부심(?)을 깨보자는 의기로 시작됐다.
우선 그들의 말을 듣기 위해서는 그들의 삶으로 들어가야 했다. 경북 문경에서 만난 20세의 베트남 신부는 만삭의 몸을 하고선 취재진에게 “베트남 음식이 너무 먹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외국인 노동상담소에서 만난 30대의 베트남 여성은 서툰 한국어로 연방 “도와주세요”라며 울먹였다.
취재를 하면서 느낀 점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우리의 편견이 심하다는 것이었다. 다문화 정책 역시 우리의 시각과 입장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다문화’에 대한 우리의 인식 개선과 대안이 절실해 보였다.
자치단체와 머리를 맞대기도 했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찾는 시민사회단체의 모범 사례를 통해 우리 모두가 한걸음씩 다가가는 법을 알리려고 했다.
그러나 자신의 신분이 드러날까, 자식들이 피해를 입지 않을까 하는 걱정들로 그들을 취재하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대부분은 만나기를 꺼렸고 눈치를 봤다. 더 많은 사연을 소개하지 못한 아쉬움 뒤로 그들이 당당한 시민이 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기사가 나간 후 한 할머니는 전화를 걸어 “며느리가 도망칠까봐 시민단체에서 운영하는 한국어 교실에 보내지 않았는데 생각이 잘못됐다”며 “앞으로는 진짜 며느리로 대하겠다”는 말을 취재진에게 들려줬다.
‘다민족 다문화’ 사회는 진행형이다. 이 할머니처럼 조금씩이라도 마음을 연다면 적어도 피부 빛이나 자라온 문화가 다르다는 것이 ‘나’와 ‘너’를 구별하는 잣대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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