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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시사보도팀 나신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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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 당시, 대형교회 목회자와 보수적 종교 단체를 중심으로 사상 3번째 장로 대통령 만들기가 공공연히 진행됐다. 장로 출신 대통령의 탄생에 보수적 교계는 열광했다. 대통령의 교회 출석 인사가 주요 공직에 진출하고, 교계 원로 등을 중심으로 기독교 정당의 국회 도전이 강력하게 진행되는 등 개신교계에 정치 바람이 불었다. ‘정치권과 교회가 표와 영향력을 주고 받는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장로 대통령 탄생을 계기로 둘 사이의 공생 관계, 혹은 영향력 교환 실태를 검증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종교 취재는 금단 혹은 금기의 영역으로 불린다. 취재 거부로 인해 시설 내부에 대한 물리적 접근은 물론 기초 정보 확인도 어렵다. ‘몰래 카메라’를 사용할 경우 취재는 훨씬 용이했을 것이다. 그러나 보도의 신뢰도와 공정성, 그리고 종교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몰래 카메라 사용을 배제하고 공개 취재 방식을 택했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슨 말을 했는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주요 인물들의 행적과 발언을 역추적했다. 석 달간의 광범위한 탐문과 탐사, 자료 검증을 통해, 집중 취재 대상을 압축해나갔다. 구성작가, 리서처와 함께, 대선부터 총선에 이르는 기간 동안 주요 목회자와 정치인들의 행적을 분석했다. 인터넷 등을 통해 이미 공개됐지만 기억 속에서 사라져가던 수백 개의 영상·음성 자료를 저인망식으로 재확인했다.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선 목사들의 공격적인 설교, 대형 예배당 안에서 머리를 숙이며 표를 요청하는 대권후보와 국회의원 후보 등이 확인됐다.
종교인들은 보편적으로 제도권 언론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교계의 입을 열기 위해서, 취재팀은 최대한 열린 자세를 견지했다. ‘비판’이 아니라 ‘재현’과 ‘진단’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했다. 통상적인 ‘옳고 그르다’의 차원이 아니라 ‘함께 생각해보고 고민해보자’라는 자세로, 종교단체들을 설득했다. 교리와 교회 관행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오랜 시간 설득한 끝에, 대형 교회 내부의 각종 행사와 정치인들의 목회자 방문 현장, 개신교계의 국회 도전 과정 등, 일반인에겐 낯선 교회와 정치의 교류 현장을 근접 포착할 수 있었다. 하루걸러 빈번하게 진행된 새벽 촬영과 두 달 가까이 휴일을 거의 반납한 강행군 취재의 결과였다.
제작 과정에서도 열린 결론을 지향했다. 사실을 충실히 전달하되, 판단은 시청자에게 믿고 맡기는 ‘거리두기’를 시도했다. 주장을 배제한 채, 취재 영상과 전문가 진단 등을 통해 ‘종교와 정치는 창조적 긴장관계여야 한다’는 화두를 던졌다. 사회적 반향은 시청률로 확인됐다. 드라마가 주도하는 저녁 시간대의 시사 프로그램으로서는 이례적으로 1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방송 당시, 역대 최고 수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타 채널 드라마 2개 시청률을 웃돌았다. 교계 주요 언론들도 잇따라 관련 내용과 파문을 전했다. 종교 관련 시사프로그램이 숙명처럼 맞닥뜨렸던 집단 반발은 없었다. 열린 취재와 열린 결론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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