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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최현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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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4일 오후 5시, 인천 영종도에서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의 농지 관련 취재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며칠 전 박미석 수석이 농사를 직접 지었다는 확인서를 떼어갔다’는 내용이었다.
회사 복귀를 늦추고 다시 취재가 시작됐다. 이틀 동안의 취재로 박 수석이 직접 농사를 짓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된 상태에서, 박수석이 농사를 직접 지었다는 거짓 확인서까지 떼어갔다는 제보가 접수됐기 때문이다. 농지를 불법적으로 취득한 데 이어 이를 허위 서류로 덮으려 했다는 사실까지 취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동안 취재했던 마을 사람들을 만나 일일이 다시 확인했다. 몇 차례 허탕을 친 끝에 나흘 전 박 수석이 농사를 직접 지었다는 이른바 ‘자경확인서’를 떼어 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확인서 사본도 사진으로 찍을 수 있었다.
그날 밤, 박 수석이 직접 농사를 짓지 않았다는 사실만 담았던 초판 기사를 키워 허위 확인서까지 제출했다고 보도할 수 있었다. 확인서 사본까지 사진으로 실린 기사는 큰 파급력을 갖고 여러 언론에서 후속 보도됐다. 결국 박 수석은 한겨레 보도가 있은 지 일주일여 만에 수석직을 내놓고 사퇴했다.
4월말 청와대 수석들의 재산 목록이 공개된 뒤 한겨레에는 재산 검증팀이 꾸려져 의심이 가는 몇몇 인사들을 뽑아 집중 취재를 시작했다. 박 수석 뿐만 아니라 상당수 수석들이 현행법을 어기거나 국민 상식에 어긋난 방법으로 재산을 형성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한겨레뿐 아니라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됐듯이 박 수석의 경우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최근 ‘광우병 쇠고기’ 사태로 한달 넘도록 국민과 갈등을 빚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실정은 이미 청와대 내부 인사에서부터 예정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부는 또 다시 내각 교체를 통해 사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부디 이번만큼은 능력과 양식을 두루 갖춘 인사들로 내각을 꾸리길 바라며 한겨레는 감시의 눈길을 거두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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