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주·장] 종교언론 거듭나기를

CBS.국민.세계일보를 주시한다

언론 아니, 언론매체는 사회의 공기인 동시에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다. 언론기업의 이같은 ‘이중구조’는 사회를 대상으로 하는 일상적인 언론 활동에 태생적 한계로 작용하는 한편 안으로 편집권과 경영권과의 갈등으로 압축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일으킨다.

종교적인 배경을 지닌 언론사의 경우 여기에 특정 종교의 이념을 확산시키는 이른바 선교의 기능이 부가된다. 종교언론기업은 그러니까 언론매체이면서 동시에 선교 채널 구실을 해야 한다. 밖으로부터는 또 참다운 삶의 제시라는 종교의 본질적 기능에 대한 당연한 기대로 더욱 뛰어난 공공성과 더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게 되고 그것은 흔히 종교언론사의 소유주와 경영진의 철학과 활동에 대한 높은 기대치로 나타난다. 종교언론매체의 오너나 경영진은 ‘뭔가 다르겠거니’ 하는 생각을 사람들이 쉽게 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상은 그러나 어떤가? 목회자 출신인 CBS의 권호경 사장은 총선이 끝나자 집권당인 민주당의 실세 사무총장에게 ‘축 총선승리’라는 띠를 둘러 축하 화분을 보냈다. 대통령에게 보내는 ‘충성의 편지’를 쓰기도 했다. CBS 사장으로서의 그의 이런 권력 지향적인 행태는 다른 언론매체들이 숨죽이고 있던 군부독재 시절에도 곧은 목소리를 냈던 CBS의 명예를 땅에 떨어뜨리는 것임은 물론 언론인으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는 부채 급증, 리더십 상실로 회사 안팎으로부터 CEO로서의 능력을 의심받고 있다.

순복음교회가 창간한 국민일보에서는 당회장인 조용기 목사의 장남 조희준씨가 경영을 맡은 뒤로 가장 노골적이고도 극단적인 형태로 사주의 전횡이 자행되고 있다. 언론학 교수 출신의 이상회 전 세계일보 사장은 재임 시절 자신의 편집권 전횡에 항의한다고 취임한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은 편집국장을 경질하고 이에 반발하는 기자 21명을 편집국 밖으로 몰아내는가 하면 노조의 파업농성을 진압하기 위해 용역깡패들을 동원하기까지 했다. 통일교가 소유주인 종교언론사에서 벌어진 상식밖의 만행이다.

종교언론매체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런 불상사는 해당 종교의 이미지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게 불보듯 뻔하다.

언론사를 소유하고 있는 종교재단이나 교단 대표는 언론기업의 공공적 성격을 뚜렷이 인식해야 한다. 언론매체는 누구도 사유화할 수 없는 일종의 공공재이다. 언론매체는 또 우리 사회를위험과오염, 부패와 타락으로부터 지키는 파수견이다. 언론이 제 구실을 못하면 ‘공동의 비극’이요, 그 피해는 우리 모두에게 미치게 된다.

종교언론기업의 오너는 편집은 물론이고 경영활동에 간여하지 말아야 한다. 급변하는 언론 환경에 언론 종사자들을 적응시킬 수 있는 전문경영인을 뽑아 경영을 맡겨야 한다. 종교언론매체는 이미 우리 사회의 한 구성인자이다. 종교재단과 교단의 재정적 지원으로 수익성에 매몰되지 않아도 되는 만큼 일반 언론매체에 비해 공공성을 실현하기에 더 유리하다고도 볼 수 있다. 종교언론기업들이 성숙한 언론기업으로 거듭나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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