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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영유 중앙일보 사회부문 차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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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출범 첫 달인 3월에는 기자들의 취재 경쟁이 치열했다. 내각도 새로 출범하고 4월 총선으로 정치권도 요동쳤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제 211회 이달의 기자상(3월)에는 출품작이 41편으로 많은 편이었다. 하지만 새 정부나 총선, 정치권과 관련된 내용보다는 일상적인 보도가 대부분이었다.
이번에는 모두 5편이 뽑혔다. 취재보도 부문 2편,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1편, 지역취재보도부문 1편, 지역기획 방송부문 1편이다. 출품작은 많았으나 심사위원들의 무릎을 탁 치게 할만한 수작이나 사회적 파급력이 컸던 기사는 적었던 것이다. 특히 지방언론사들은 16편이나 신청해 ‘이달의 기자상’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취재보도 부문은 내일신문의 ‘국가무선 통합망(TRS사업) 문제점 보도’와 SBS의 ‘잔혹한 납치시도’가 선정됐다. 3조 5000억원이 들어가는 정부의 TRS사업은 내용이 전문적이어서 언론이 쉽게 다루기 어려운 영역이지만, 2004년 3월부터 올해 4월까지 4년간 끈질기게 문제점을 파고든 기자정신이 높이 평가받았다. 특히 통합망 시범사업의 부실과 1000억 원대의 무전기 납품 담합 문제를 세밀하게 보도해 감사원의 감사를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도 많았다.
잔혹한 납치시도는 아동 폭력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사회 이슈화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어른이 엘리베이터 앞에서 아이를 폭행하는 생생한 장면이 담긴 CCTV를 단독 입수해 방영한 것은 일부 센세이셔널 한 측면도 있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사회적 반향이 컸고 부실한 경찰 수사의 문제점을 짚고, 아동폭력을 사회 아젠다로 만드는 방점을 찍었다는 후한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은 논의가 가장 뜨거웠다. 본선에 5편이 올라왔지만 조선일보의 ‘천국의 국경을 넘다’가 낙점됐다. 심사위원들은 작품의 자격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방송과 신문 제작을 동시에 한 새로운 시도(크로스미디어)를 했고, 작품의 완성도도 높다는 데는 이의가 없었다. 문제는 생생한 영상이 작품의 핵심인데 특별취재팀에 참석한 방송제작팀의 PD와 AD를 제외하고 신문제작에 참여한 기자 두 명에게만 상을 주는 것이 합당하느냐는 것이었다. “특별상을 주자” “기자협회 회원이 아닌 사람에게 이달의 기자상을 주는 것은 안 된다” “기자 두 명만 상을 신청했으므로 두 명을 대상으로 하는 게 옳다” 등등. 이달의 기자상 심사과정에서 이렇게 논의가 분분했던 사례도 드문 일이었다. 결국 심사위원들은 “밀착, 잠행취재와 현장성을 살린 영상미가 돋보였지만 신문을 통해서도 충분하게 내용이 전달됐다는 점을 인정하자”고 뜻을 모았다. 기획보도 부분의 ‘치솟는 물가에 서민 시름’과 ‘휴대폰 유통가격의 비밀’, ‘소방관이 쓰러진다’ 등 세 작품은 아깝게 탈락했다.
지역취재 보도부문은 출품작은 16편이나 됐지만 내용이 진부하고 완성도도 떨어져 경인일보의 ‘도청과 통화하면 녹취 당한다’ 한편만 살아남았다. 이 작품은 국가권력의 인권침해 고발이라는 난제를 도청 측의 조직적인 취재 거부의 어려움을 극복하며 쓴 수작이라는 평을 받았다. 특히 도청이 녹취 서버를 시범운영한 사실까지 취재했다는 호평을 받아 심사위원 대부분이 후한 점수를 줬다.
지역기획 방송부문에 뽑힌 대전CBS의 ‘그들도 우리이웃…철거민’은 방송에서도 짧은 분량을 압축적이고도 효과적으로 잘 다뤘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철거민 문제는 그동안 여러 지역에서 다뤘던 내용으로 새로운 보도는 아니라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철거민은 우리이웃의 모든 문제로 특히 무분별한 개발사업이 도시빈민만 양산하고, 일부 공무원들의 투기대상으로까지 악용되는 실상을 잘 짚었다는 점에서 수상작이 됐다.
기획보도 방송부문과 지역기획 신문통신부문, 전문보도부문은 아쉽게도 수상작이 나오지 않았다. 취재보도 방송부문은 ‘환자 울리는 약값, 한국은 봉이다(SBS)’와 ‘끝나지 않은 고통, 어린이 유괴 살해(CBS)’ 두 편이 출품됐으나 내용이 평이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문보도 부문은 사진 세편과 코리아타임스의 외국인교수협회 추진 기사가 쓴잔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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