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관 회장 취중 좌충우돌

차량농성 YS에 '동아일보로 가자´, 교문시위 학생들과는 'YS반대´ 구호

13일 오후 고려대 정문 앞. 특강을 하러 온 김영삼 전 대통령의 방문을 저지하는 고려대 학생들과 김 전 대통령이 대치하는 가운데 김병관 고려대 재단 이사장이자 동아일보 회장이 술냄새를 풍기며 나타났다.

김 회장이 맨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오후 2시경. 차안에서 김 전 대통령을 만난 후 김 회장은 교문 앞 학생들에게 “교문을 열어 달라. 김영삼 대통령을 재단 이사장실로 모셔서 차 한 잔 하겠다”고 설득했으나 학생들이 “걸어서 들어가라”고 하자 “걸어서 학교로 들어간 적이 없다”면서 실랑이 끝에 쪽문을 통해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이후 4시경 김 회장은 학생들 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시위대 앞에서 마이크를 잡은 김 회장은 “고려대학은 민족 대학이고, 동아일보는 민족 신문이다. 동아일보로 모시겠다. 이상”이라고 말하며 김 전 대통령 차로 들어갔다. 이때 이미 얼굴이 빨갛고 술냄새가 많이 났다고.

10여 분 후 차에서 내린 김 회장에게 기자들이 “무슨 얘기를 했냐”고 묻자 “음악을 들려주면서 동아일보로 가자고 했는데 김 대통령이 거절했다”고 답변. 음반에 대해서는 “98년 10월 12일 방북했을 때 김정일 위원장이 하사하신 씨디이고, 조선영화음악 가운데 ‘심장에 남는 사람’을 들었다”면서 기자들 앞에서 노래 가사를 읽기도 했다. 김 회장은 “이 음악이 타협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시위 중인) 주사파 아기들에게도 들려줘야겠다”고 수행원에게 씨디플레이어를 갖고 오라고 소동을 부렸다.

또 양복 안주머니에서 정연주 한겨레 논설위원의 ‘한국신문의 조폭적 행태’라는 칼럼 복사본을 꺼내 흔들며 동아일보를 비판한 이 칼럼에 불만을 표하는 등 한겨레와 동아일보에 대해 횡설수설했다.

급기야는 150여 명의 학생들이 모인 대열에 가담했다. 앞줄에 앉은 김 회장은 학생들이 가져온 피켓을 양손에 들고 ‘김영삼 반대’ 등 학생들을 따라 손을 올리며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학생들이 나가라고 하자 ‘담배를 마저 피고 나가겠다’던 김 회장은 수행비서와 동아일보 기자들의 만류로 5분여만에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후 자신의 차로 돌아온 김 회장은 동아일보 기자들의 만류에 “어차피 망신 당했으니 끝까지 남겠다”며 몇몇 타사 기자들을 차로 불러 조선영화음악을 틀어주다 5시경에 학교를 떠났다.

김 회장의 행태에 대해 고려대 학생들은“민망했다”“황당했다” “코메디였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장에 있던 한 기자도 “기자로서 창피함과 황당함이 교차했다”며 쓴웃음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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