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와 성폭력에 대한 인권보고서

[기획보도 방송부문] KBS 정재용 기자


   
 
  ▲ KBS 정재용 기자  
 
“코치가 밤마다 아이들을 하나씩 끌고 나가는 데 그걸 끌려가지 않으려고 애들이 손발을 서로 묶고 벌벌 떨면서 밤을 지새웠다고 합니다” 자신의 어린 딸이 겪어야 했던 그 참담한 상황을 털어 놓는 아버지 앞에서, 자신도 딸을 키우는 못난 기자는 끝내 눈물을 보였다.

부끄러웠다. 몇 년 전 일부 코치들 사이에 떠돌던 소문이 기자의 귀에까지 들렸을 때 설마 하고 넘어 갔었다. 도저히 확인할 길이 없을 것이라고, 나 자신을 합리화하기도 했었다.

기자가 생각하는 대한민국 스포츠의 현주소는 ‘우리 시대의 마지막 공개된 인권 사각지대’이다. 2008년 우리 사회의 통상적인 윤리와 도덕 그리고 인권은 스포츠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순간 1970년대로 돌아간다. 심각한 학습권 침해도, 범죄적 수준의 폭력도, 스포츠니까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바로 그 곳 우리가 관행이란 이름으로 반인권적인 현실을 방치했던 스포츠의 세계에선 일반인들이 상상하기 힘든 야만적인 범죄가 저질러지고 있었다.

제작 과정에서 가장 큰 우려는 선정성 문제였다. 성폭력의 근본 원인을 제공한 반인권적인 스포츠 제도와 시스템을 개혁하겠다는 기획 의도와 달리 단순한 흥밋거리로 전락해 버릴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었다.

선의의 피해자에 대한 고민도 적지 않았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자부심 하나로 선수를 가르치는 지도자들조차 의심의 눈초리를 받을 가능성도 충분했다. 그러나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단기적 충격은 있겠지만 반드시 장기적으로 한국 스포츠 발전에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확신이었다.

방송 보도 이후 수많은 전화와 편지를 받았다. 한결같은 얘기는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달라는 주문이었다. 문제 제기만 해 놓고 또 다시 방치한다면 결과적으로 선정적 보도가 될 수밖에 없다는 어느 피해자 부모의 말이 가슴을 무겁게 짓눌러 온다. KBS 정재용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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