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내각 인사 검증보도 호평

[이달의기자상 심사평]'스포츠와 성폭력' 만장일치로 수상작 결정


   
 
  ▲ 남봉우 내일신문 편집국장  
 
이명박정부 출범부터 세상은 시끄러웠다. 시끄럽다는 것은 기자들이 발품을 팔아야 할 일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이고, 시끄러웠던 원인을 세상에 알릴 좋은 보도들이 많았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2월 기자상 심사위원회에 올라온 작품은 다른 달에 비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그러나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잡는 뛰어난 보도들이 많았다. ‘이렇게 힘든 심사는 처음’이라는 심사위원들의 행복한 푸념이 그런 분위기를 잘 설명해준다.

특히 이명박 초대 내각 검증보도와 관련된 CBS와 KBS, 경향신문의 보도는 각각의 특장 때문에 우월을 가리기 힘들었다. 결국 수상작으로 결정된 CBS의 보도는 박은경 환경부장관 내정자와 남주홍 통일부장관 내정자가 사퇴할 수밖에 없는 핵심적인 이유를 가장 빨리, 가장 정확하게 보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KBS의 보도도 속보성에는 뒤졌지만 다양하면서도 집중적으로 내각의 문제점을 파헤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쉽게 탈락했지만 경향신문의 보도도 새정부 각료의 자질과 적합성을 따졌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다만 출품된 인사보도들이 △너무 도덕성 검증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정책검증을 소홀히 한점 △잘못된 인사를 할 수밖에 없었던 시스템 문제까지 물고 늘어지지 못한 점은 아쉽다는 지적도 있었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 출품된 KBS의 ‘2008 스포츠와 성폭력에 대한 인권보고서’는 이달 심사위원회에 올라온 보도 중 가장 주목을 받은 작품이었다. ‘성’이라는 쉽지 않은 주제에 대해 당사자들의 육성고백까지 끌어낸 것도 박수를 받을만하지만 스포츠계에 만연하고 있는 성폭력 문제가 구조적이라는 점을 밝혀냈다는 점, 그리고 그것을 사회적 이슈로 만들어갔다는 점은 더욱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보도는 ‘시사프로그램의 힘이 무엇인지, 어떻게 보도해야 하는지를 보여준 뛰어난 보도’라는 평가와 함께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지역취재보도 부문’에 출품된 경인일보의 ‘인수위원회 장어 향응 파문’ 보도가 수상작으로 결정되는 데도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사회적 파장도 컸지만, ‘지자체장이 중앙의 인사들과 식사를 한다’는 늘 있을 수 있는 단순한 사실을 놓치지 않고 추적해, 향응에 둔감할 수 있는 새권력에 경종을 울렸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의 수상작으로 결정된 경향신문의 ‘등록금 1000만원 시대’에 대해서는 심사위원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렸다. 취재를 많이 했고, 기사를 현장에 밀착해서 쓴 좋은 보도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지만 △‘등록금 1000만원 시대’라는 제목 자체가 이미 여러번 나온 진부한 개념이다 △대학측의 입장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 △적립금과 등록금의 관계와 관련 해외사례 등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 뻔 했다는 등의 지적들이 나왔다.

‘지역취재보도 부문’에 출품된 광주MBC의 ‘시각장애인 음성유도기 성능결함 탐사보도’는 소수자의 인권에 대한 문제를 잘 짚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기획 방송 부문’에 출품된 제주MBC의 ‘미래의 자원 해조’에 대해서도 평가가 엇갈렸다. 해조가 에너지원이 될 수도 있다는 생소한 사실을 잘 보도했고 다양한 취재가 돋보였지만 △전체 구성이 산만했다 △미래의 에너지의 가능성에 대해 너무 낙관적으로만 접근했다는 등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지역방송이라는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력이 돋보였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KNN의 ‘긴급진단, 세금먹는 교통시설물’은 보도자료를 역추적해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교통시설물들이 얼마나 엉망인지를 파헤친 생활밀착형 보도라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KNN 단독으로 보도한 게 아니라 지역의 다른 언론과 공동으로 취재를 한 것도 언론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시도라는 긍정적 평가가 있었다.

이번 기자상에는 사진보도 부문의 수상작이 나오지 않았다. 한건의 보도가 출품됐지만 예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보도된 숭례문 화재 현장 사진 중에 뛰어난 작품이 있었는데도 출품이 안돼 아쉽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있었다. 남봉우 내일신문 편집국장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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