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남과 북의 의원들

정일용 연합뉴스 북한부 차장대우





생각만 해도 짜증나는 국회의원들. 당사자들은 서운할지 모르지만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정서라 해도 과히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남쪽의 국회의원들을 생각하면, 맡고 있는 부서가 그래서인지 몰라도, 예외없이 북쪽의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들이 떠오른다. 새삼 말할 것 없이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들은 남쪽의 국회의원에 해당하는 ‘북쪽의 금배지’들이다

남북쪽의 금배지들은 서로 다른 점이 많다. 우선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들은 여기처럼 번쩍거리는 금배지를 달고 다니지 않는다. 위압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또 이쪽보다 훨씬 숫자가 많다. 대의원이 668명인데 비해 국회의원은 273명이다. 흔한 것이 ‘금배지’라고 자조하기도 하지만 북쪽의 경우에 비할 바가 아니다. 더욱이 북쪽 인구는 남쪽의 절반 가량이다.

대우에 있어서는 말 그대로 현격한 차이가 있다. 북쪽 대의원들은 열차 여행 때 상급(上級) 침대를 배당받고 매월 활동비 조로 50원(북한 원) 가량을 받는 것이 고작이다. 활동비 50원은 북쪽 근로자의 평균 ‘생활비’(월급 또는 임금)가 100원 정도인데 비춰볼 때 어느 정도의 액수인지 쉽게 알 수 있다.

난데없이 남북쪽 국회의원을 비교해 보게 되는 것은 내 주변 상황과 무관치 않다. 연합뉴스는 지난 98년 노사가 공동으로 ‘통신언론진흥회 법안’(통언회 법안)을 입법청원한 적이 있다. 노사뿐만 아니라 30여개 민간단체까지 연합뉴스의 소유구조 개편이 절실하다고 판단, 입법청원까지 이르렀지만 그 결과는 너무도 황당해 어이가 없을 정도이다.

입법청원한 지 상당한 시일이 흐른 지난해 가을 정기국회 때 국회의원들이 ‘간담회’를 갖기 위해 연합뉴스를 찾아 온 적이 있다. 놀랍게도 이 자리에 참석한 문화관광위 소속 국회의원 가운데 통언회 법안을 들어봤다거나 그것이 입법청원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의원은 한 명도 없었다. 연합뉴스 사원은 물론이거니와 외부 민간단체까지 큰 관심을 보였던 이 사안에 정작 문화관광위 소속 국회의원들은 ‘통언회’의 ‘통’자도 모른 채 ‘간담회’를 갖자고 찾아 왔던 것이다

잘 해보자는 일에도 이처럼 무관심한 국회의원들에게 기백만원씩 세비를 준다는 것은 너무도 아깝다. 북쪽처럼 국회의원 수를 확 늘리는 대신 ‘세비’는 쥐꼬리만하게 만드는 ‘국회 개혁’이 필요하다는 말도 일리가 있게 들린다.주는돈이 아깝기도 하려니와 진짜 봉사정신을 가진 뜻 있는 인사가 여의도에 입성할 수 있는 길이란 이것밖에 없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야 언론 개혁에 참 뜻이 있는 사람이 국회의원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한가닥 희망을 가질 수 있어서이다.

통언회 법안은 해당 상임위 의원들마저도 무관심한 바람에 아예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일부에서 말하는 것처럼 ‘자동폐기’된 것이 아니라 자동폐기될 ‘기회’조차 갖지 못했던 것이다. 새로 구성된 국회는 뭔가 다를 것이라 또 한 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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