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하반대" 언론인 100인 선언

언론현업단체장 등 언론인 1백명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효자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운하 건설을 백지화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대운하 건설에 대한 정부 여당의 비민주적인 행보가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며 “지금 정부가 성난 민심을 달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운하건설을 백지화 하는 것 밖에 없다”고 밝혔다.



   
 
  ▲ 1일 종로구 효자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언론계 100인 선언’기자회견 현장  
 

또 “한나라당이 책임있는 여당이라면 최소한 공론의 장에서 대운하 건설을 진지하게 토론하고 국민 뜻을 묻는 것이 정도”라며 “그러나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 반대 여론이 높아지자 대운하를 총선공약에서 제외한 것은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1백인 선언에는 김중배 언론광장 상임대표를 비롯해 김경호 한국기자협회장과 최상재 언론노조위원장, 양승동 PD연합회장,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 등이 동참했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대운하 건설 백지화가 ‘정답’이다

한반도 대운하 건설에 대한 정부 여당의 비민주적인 행보가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제 한 달. 새 정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경제 분야에 있어서는 증폭되는 경제위기에 지혜롭게 대처하고 지속가능한 발전 전망을 마련해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는 일이 시급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지금 정부 여당의 ‘20세기형 토목공사’에 발목이 잡혀 미래 구상은커녕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다.

정부는 대운하가 ‘국운융성’을 이끌 것이라고 주장해왔지만 정부가 제시한 사업 계획은 대운하 건설의 목적, 경제성, 비용 등 기본 내용에서조차 신뢰를 얻지 못했다. 여기에 더해 총선을 앞두고 터져 나온 여당의 ‘대운하 총선공약 제외’ 방침, 국토해양부 주요업무보고에 드러난 ‘2009년 4월 대운하 착공 시나리오’ 등은 정부 여당이 최소한 국민 여론을 수렴할 것이라는 기대조차 무너뜨렸다. 학자의 양심에 따라 대운하를 반대하는 대학교수들에게 독재정권 시절에나 있을 법한 ‘사찰’로 대응한 것 또한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미 한반도 대운하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이념과 정파, 종교를 떠나 각계각층으로 확산되었다. 특히 지식인들의 적극적인 대응은 87년 전두환 정권의 호헌조치에 맞선 시국선언 이래 최대 규모로 평가된다. 지난 3월 10일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서울대학교 교수모임이 결성되었으며, 25일에는 2천 명이 넘는 교수들이 ‘한반도 대운하를 반대하는 전국 교수모임’을 결성했다.

지난 역사를 돌이켜 보면 지식인들이 대학 사회를 벗어나 집단행동에 나선 때는 우리 사회의 미래가 결정적 위기를 맞는 경우였다. 교수들의 적극적인 ‘대운하 반대’ 움직임은 대운하 건설이 우리 사회의 명운을 뒤바꿀 일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정부여당은 대운하 반대의 목소리를 ‘정략적 행위’로 몰아가려 하지만, 대운하 문제는 합리성과 비합리성, 상식과 비상식, 효율과 비효율, 미래지향적 사고와 구시대적 사고, 그리고 민주적 절차와 권위주의적 밀어붙이기의 대립이 되고 있다.

오늘 우리는 합리성과 상식, 효율과 미래지향적 사고, 민주적 절차를 지지하는 양심 세력들의 목소리에 힘을 보태며 정부 여당에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백지화 하라

전문가들의 검토와 일부 언론의 심층 취재를 통해 대운하 사업이 경제적, 공학적, 환경적 측면에서 타당성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정부가 대운하 건설의 목표로 내세운 경제적 성과는 사실상 근거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찬성 측의 주장을 따른다 해도 대운하 건설에는 최소 16조원이 투입된다. 그러나 이렇게 엄청난 비용을 들여 만든 대운하는 그 쓰임새조차 마땅하지 않다. 운송비용과 시간만 놓고 따져 봐도 대운하는 ‘운송수단’으로서 가치가 없다 운하를 통해 실어나를 무엇이 있는지도 걱정거리다. 유통·물류업계 관계자들조차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의견이 다수라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대운하의 경제성이 불신받자 정부는 ‘관광수입’, ‘지역개발 효과’ 등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정부 주장을 따르더라도 최대 시속이 20킬로미터 대에 그치는 관광선을 타고 관문 통과에만 몇 시간이 걸리는 ‘인공수로 관광’에 얼마나 많은 관광객이 몰려 수익을 남길 수 있을 것인가? 또 운송수단으로서 가치를 상실한 운하가 만들어진들 해당 지역의 산업과 관광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인가?

게다가 대운하를 건설할 경우 생태계의 파괴는 물론이고 국민의 먹을 물조차 안전하게 확보할 수 없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우려에 대해 이렇다 할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자연 하천을 파괴하고 거대한 인공 물길을 만들었을 때 초래될 재앙을 꼼꼼하게 따져보지 않고 밀어붙인다면 후대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겉으로는 ‘민간사업자가 제안서를 내면 그 때 검토해 사업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해놓고, 뒤로는 ‘2009년 4월 착공’을 전제로 한 대운하 건설 시나리오를 만들어 추진하고 있었다. 이러니 국민이 어떻게 정부를 믿을 수 있겠는가? 지금 정부가 성난 민심을 달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운하건설을 백지화 하는 것밖에 없다.

한나라당은 대운하 건설을 총선 공약으로 채택해 당당하게 평가 받으라

정부가 무모한 대운하 건설을 고집할 때 여당이 취해야 할 태도는 무엇인가? 한나라당이 책임 있는 여당이라면 최소한 공론의 장에서 대운하 건설을 진지하게 토론하고, 국민 뜻을 묻는 것이 정도(正道)다. 그러나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이 보인 태도는 상식에 벗어난다.

지난 3월 16일 한나라당은 대운하 건설을 놓고 국민의 반대 여론이 높아지자 ‘한반도 대운하 건설 프로젝트’를 총선 공약에서 제외했다. 한나라당이 총선 공약에서 “제외하겠다”고 말한다고 해서 대운하 건설이 총선 의제에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새 정부의 핵심 정책이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면 적어도 그 원인을 따져보고, 객관적인 검증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 아닌가? 대운하를 반대하는 수많은 전문가들이 공론의 장에서 토론하고 대운하에 대한 객관적 검증 절차를 밟는 데 조건 없이 응하겠다고 나섰다. 이런 합리적 제안에 응하기는커녕 총선에서 대운하 문제를 논의하지 않겠다고 천명하고, ‘대운하 반대’ 움직임을 정치적 공세로 몰아붙이는 것은 공당의 처신이 아니다.

한나라당이 ‘운하건설 백지화’를 당론으로 정해 정부에 촉구하지 못하겠다면, 최소한 대운하 건설 문제를 당당하게 총선 공약으로 채택하는 책임감을 보여주기 바란다.

우리는 우리의 국토와 후대의 삶을 걱정하는 모든 양심 세력들과 함께 대운하 건설 반대에 나설 것임을 다시 한 번 천명한다. 아울러 언론인들이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대운하 추진을 감시하고, 대운하의 진실을 국민에게 지속적으로 알려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2008년 4월 1일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언론계 100인 선언’ 참여자 일동



[선언 명단] (가나다 순)

원로 언론인/언론계 인사 (13명) 원로 언론인 : 김중배 (언론광장 상임대표)/김태진 (동아투위 위원)/문영희 (동아투위 위원)/성유보 (동아투위 위원, 전 방송위원회 상임위원)/성한표 (전 한겨레신문 편집국장)/이상희 (전 서울대 교수, 전 방송위원회 위원장)/임재경 (원로 언론인)/정동익 (동아투위 위원장) 언론계 인사 : 김주언 (언론광장 운영위원)/서명숙 (전「오마이뉴스」편집국장, 시사인 편집위원)/손석춘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이효성 (성균관대 교수, 전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최민희 (전 민언련 대표, 전 방송위원회 부위원장)/홍세화 (한겨레신문 기획위원) / 언론사 대표 (5명) 박인규(「프레시안」대표)/안현우(「미디어스」대표)/오연호(「오마이뉴스」대표)/이장희(「시민사회신문」공동대표)/현이섭(「미디어오늘」대표)  / 언론현업단체·노동조합 (41명)  언론현업단체 : 김경호(한국기자협회 회장)/양승동(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회장)/이재명(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회장) 노동조합 : 최 상재(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김순기(언론노조수석부위원장)/강동원(KBS본부대전지부장)/고종만(인천일보지부장)/고차원(민주언론실천위 원회위원장)/권철(언론노조사무처장)/김병구(매일신문지부)/김병국(KBS본부부산지부장)/김보협(한겨레신문지부장)/김성수(서울신문지부 장)/나이영(CBS지부장)/박성제(MBC본부장)/박승규(KBS본부장)/박지명(원음방송분회장)/백재웅(동아일보신문인쇄지부장)/서태수 (교보문고지부장)/송대갑(EBS지부장)/신삼수(언론노조정책실장)/심석태(SBS본부장)/오윤현(시사인지부장)/옥철(연합뉴스지부장)/ 위영석(한라일보지부장)/이광우 부산일보지부장)/이명수(헤럴드미디어지부장)/이상엽(MBC업무직지부장)/이오진(경향신문지부장)/이용재(언론노조정책국장)/이태문 (MBC본부 청주지부장)/이학수(경남신문지부장)/장부영(언론재단 지부장)/전민수(비정규특위 위원장)/조상운(국민일보지부장)/조형주(방송통신융합대책특위위원장)/채수현(언론노조정책국장)/현덕수(YTN지부장)/홍윤기(전주방송지 부장)/황성철(MBC본부광주지부장)/신학림(미디어스기자) / 언론학계 (4명) 강상현(연세대 신문방송학 교수/한국언론정보학회 회장)/전규찬(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공공미디어연구소 이사장)/최경진(대구가톨릭대 광고학부 교수)/한진만(강원대 신문방송학 교수)  /  시민언론단체 (38명) (소속단체명 가나다 순) 권미혁(2008 총선미디어연대 공동대표)/정양언(강원민언련 공동대표)/이병남(강원민언련 사무국장)/강창덕(경남민언련 공동대표)/김애리(경남민언련 공동대표)/김민정(경남민언련 사무국장)/강철수(광주전남민언련 공동대표)/신성진(광주전남민언련 공동대표)/전율호(광주전남민언련 공동대표)/이효선(광주전남민언련 사무국장)/차재영(대전충남민언련 대표/충남대 언론정보학 교수)/이종석(대전충남민언련 사무국장)/김미애(매비우스 대표)/노영란(매비우스 사무국장)/주정순(미디어열사 사무국장)/전영일(민언련 부이사장)/김유진(민언련 사무처장)/김언경(민언련 협동사무처장)/장길만(부산민언련 공동대표)/이진로(부산민언련 공동대표/영산대 신방과 교수)/박정희(부산민언련 사무처장)/안수경(서울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김혜! 경(서울YMCA 어린이영상문화연구회 회장)/김영호(언론연대 대표)/양문석(언론연대 사무총장)/문효선(언론연대 집행위원장)/추혜선(언론연대 사무처장)/윤여진(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최성주(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강혜란(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장낙인(전북민언련 공동대표/우석대 신방과 교수)/권혁남(전북민언련 공동대표/전북대 언론심리학 교수)/김환표(전북민언련 사무국장)/박민(전북민언련 정책실장)/오한흥(충북민언련 공동대표)/김윤모(충북민언련 공동대표)/이수희(충북민언련 사무국장) (이상 10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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