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믿을 한우 등급 판정서

[지역 취재보도부문] KBS부산 박영하 기자


   
 
  ▲ KBS부산 박영하 기자  
 
한우의 품질을 보증한다는 ‘등급 판정서의’ 위조. 첫눈에 솔깃했던 이 아이템은 그러나 자칫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할 뻔 했다. 처음에는 취재원과 업무협조가 문제였다. 피해 당사자는 위조업체에 대한 수사와 언론보도를 놓고 그 순서를 고심했다. 며칠간의 설득 끝에 보도가 나간 뒤 수사를 이끌어 내자는 쪽으로 의견일치를 봤다. 사법기능이 있는 관계기관과의 동행 협조도 숙제였다. 방송의 특성상 카메라만 들이닥치면 업체들의 반발과 불필요한 충돌 등으로 일을 그르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간곡한 요청으로 다행히 단속기관의 동행 약속을 받아냈다.

그런데 이번엔 보도 타이밍이 문제였다. 취재원과의 업무협조를 이유로 잠시 보류했던 아이템은 이후 매번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이런 사정으로 두달여 동안 천대를 받은 이 아이템은 1월 중순 비로소 세상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3등급이 1등급으로, 수소가 암소로 둔갑하는 위조실태는 공공연했다. 위조가 아니라도 고기 실물과 다른 판정서가 나돌았다.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갔고, 축산업계의 신뢰도 추락으로 이어진다는 위기감을 느꼈다. 판정서 제도가 유명무실한 상태인데도 발급기관인 축산물 등급판정소와 관청은 관리감독에 손을 놓고 있었다. 무책임한 기관에 대한 고발의식은 제도의 개선과 쇠고기 이력 추적제 조기 정착의 필요성이라는 주제로 사흘째 연속보도로 이어졌다.

기자생활이 햇수로 6년째지만, 경력기자로 KBS 옷을 입은지는 불과 6개월, 수습을 뗀지는 3개월 밖에 안된다. 아직 신입 대접을 받는 내가 상까지 받다니, 여러 가지로 주제넘고 결례(?)가 아닐 수 없다. 운이 좋았다는 생각에 그저 겸연쩍다.

먼저 어쭙잖은 아이템에 생명을 불어 넣어준 심사위원들께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또 장을 펼쳐준 팀장님 이하 선배, 동료들께도 고마움을 전한다. KBS부산 박영하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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