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깨야 산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이데일리 하수정 기자


   
 
  ▲ 하수정 이데일리 기자  
 
연금 취재를 위해 찾았던 독일 베를린에서 한국 여성 두 명을 만났다.

한 명은 1970년대 박정희 정권 시절 독일에 간호사로 파견을 나간 박 모씨. 또 다른 한 명은 독일에 유학갔다가 중국인과 결혼해 아예 정착한 김 모씨다.

박 씨는 한국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한국에 돌아올 엄두가 안난다고 말했다. 한국의 집 값이 워낙 비싸서 집 한칸 마련하기가 힘든데다 독일에서는 우리나라 돈으로 월 1백50만원 상당의 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로 건너간 1만여명의 간호사들은 시체닦기, 환자 대소변 받아내기 등 현지 간호사들이 기피하는 작업을 떠맡아 해왔다고 회고했다. 현지 간호사들보다 몇 배나 센 노동 강도로 몸이 상한 사람들도 많다고 전했다.

30대 초반인 김 씨는 독일 최고 대학 중 하나인 훔볼트 대학에 다니고 있었다. 독일에서 중국인과 결혼해 가정을 꾸렸고 내년이면 아이를 낳을 계획이라고 한다.

이들을 만나면서 우리나라의 복지 수준의 현주소가 어떠한가에 대해 뼈저리게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유럽의 복지제도는 이제 막 분배에 눈을 뜨기 시작한 우리나라보다 크게 앞서 가 있다. 복지제도의 근간인 연금체계는 각 국가마다 상이하지만 ‘개혁’이라는 방향은 일치한다.

우리나라는 국민연금제도가 성숙하기도 전에 개혁의 칼을 빼내들었다. 그러나 47년의 역사를 가진 공무원연금은 적자 수렁에서 허덕이고 있어도 아직 개혁다운 개혁을 해본 적이 없다. 과거 공무원 급여체계에서 부실한 부분을 연금제도를 통해 메꿔주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 공무원의 특혜를 강조하기에는 사회 보편적인 복지 제도 확충이 너무 시급하다. 함께 개혁에 동참해야만 선진 복지국가의 절반 수준이라도 따라갈 수 있지 않을까.

박동석 팀장을 비롯한 이데일리 ‘공무원연금 깨야산다’ 기획보도팀이 고생한 만큼 차기정권의 공적연금 개혁이 성공적으로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데일리 하수정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