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공동선언실천 남측언론본부(공동대표 김경호‧양승동‧정일용)는 6일 ‘미국의 방위 분담금 증액 요구는 파렴치 하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버시바우 주한미대사가 5일 국방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의 주한미군 주둔비 분담금을 40%에서 50%로 대폭 늘릴 것을 요구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남측언론본부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합의사항에는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등도 포함되어 있어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이 큰데도 미국은 주한미군 주둔비를 한국이 더 부담해야 한다는 모순적인 행동을 취하고 있다”며 “미국은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평화체제 확립이 궁극적으로 미 국민에게도 유익하다는 사실에 입각해서 분담금, 북핵문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측언론본부는 이날 성명에서 “주한미군은 대북 방어형에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전략군으로 그 성격이 바뀌었기 때문에 주둔비 증액을 요구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 등 5가지 논거를 들어 미국의 주한미군 주둔비 분담금 증액 요구의 부당성을 꼬집었다.
다음은 성명 전문.
[성명서] 미국의 방위 분담금 증액 요구는 파렴치 하다
미국은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늘릴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북핵문제를 금년 내 해결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주둔비 분담 증액 요구는 주한미대사가, 북핵문제 해결은 미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는 방식을 취했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합의사항에는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등도 포함되어 있어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이 큰데도 미국은 주한미군 주둔비를 한국이 더 부담해야 한다는 모순적인 행동을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3월6일) 등이 보도한 관련 기사 내용은 아래와 같다.
미국 정부가 5일 한국에 대해 현행 40% 수준인 한국의 주한미군 주둔비 분담금을 50%로 대폭 늘릴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5일 <국방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방위비분담금 문제와 관련,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포함해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면서 예산에 대한 부담이 많다”며 “미국은 한국이 비병력 주둔비용(NPSC)을 50%까지 분담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동맹은 동북아로부터 멀리 떨어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레바논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며 “남북이 통일된 이후에도 동북아 안보강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주한미군의 현재 성격과 미래를 동시에 언급한 것이다. 즉 미국의 군사전략에 따라 신속 기동군으로 재편되어 세계 여러 분쟁지역에 투입된다는 것으로 한반도가 미군의 세계 전략 전진기지로 이용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고 한반도 통일 이후에도 주한미군의 지속적인 주둔 가능성을 밝힌 것이다. 이는 한반도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은 철수되어야 할 것이라는 또 다른 가능을 전면 부정하는 태도다. 버시바우 대사가 한‧미동맹을 앞세워 세계적으로 지탄받는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 파병 등을 합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한편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같은 날 자신이 주력할 임기 말 주요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로 북한 문제를 꼽았다. 부시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존 매케인 상원의원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에서 자신은 국가안보를 지키고 이라크, 북한, 이란 문제 등을 다루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북한을 예시했다. 이와 관련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완전하게 폐기한다면 미국은 조지 부시 대통령의 임기 내에 북한과 정식 외교관계를 수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힐 차관보는 지난 2일 베이징에서 가진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미국은 북한과 외교관계 수립을 원하지만 북한이 핵물질을 포기하기 전까지는 대사관 개설 방법 등 외교관계 수립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북·미관계의 개선을 위해 평양에 미국의 연락사무소를 여는 방안을 북한에 제안했지만 북한이 이를 거부했다고 말했다(연합뉴스 3월 6일).
LA타임스는 북·미관계가 개선될 조짐이 있다면서 그 증거로 현재 북한에 5명의 미국 정부 관리들이 준(準)상주 형태로 머물고 있는 사실을 지적했다. 즉 북한의 핵 시설 불능화 작업에 필요한 장비를 지원하기 위해 국무부 산하 군축·비확산 부서의 관리가 지난해 11월부터 평양의 호텔에 머물고 있고 영변 핵시설 불능화 작업을 감독하기 위해 미국 핵 전문가 4명이 영변의 한 초대소에 상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미국 언론보도가 사실이라면, 부시 대통령의 언급은 북‧미간의 비공개적인 협상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북핵문제는 핵 프로그램 신고를 둘러싼 북‧미간 이견과 현재 진행 중인 한‧미 합동군사훈련 등의 장애요인이 존재한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해결 의지를 밝히고 있어 타결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는 버시바우 주한미대사와 부시 대통령의 언급 등을 바탕으로 한국의 주한미군 주둔비 부담 증액 요구에 대한 부당성을 지적코자 한다. 그것은 이미 민노당과 일부 시민사회단체가 오래전부터 지적한 논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1) 주한미군의 성격 자체가 대북 방어형에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전략군으로 그 성격이 바뀐 상황에서 주한미군 주둔비 증액을 요구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은 미국 내에서도 침략전쟁으로 규정되면서 그것이 중동 패권과 석유를 위한 불법적이고 부도덕한 전쟁으로 지탄받고 있다.
2) 부시 대통령의 언급처럼 북핵문제 해결이 그의 임기 내에 이뤄지면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이 가시권에 들어온다.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정전협정 4조 60항에 명시된 대로 모든 외국군대는 철수해야 한다. 미국은 주둔비 증액 요구와 북핵문제 해결 정책이 동시에 추구될 수 없는 모순을 안고 있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3) 주한미군 규모가 3만7천명에서 2만8천명으로 감축되지만 평택·군산 미군기지와 무건리 훈련장 등의 확장이 강행되고 있다. 미국은 한국에 저장되어 있는 미군 쓰레기 탄약(WRSA) 폐기비용 2조원 부담을 한국에 강요하고 있다. 또한 반환 미군기지 오염 치유비도 한국에 떠넘기고 있다. 주한미군기지 기름 유출에 대한 증거 인멸 시도의 정황이 명백한 사례가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주한미군 주둔비 분담금 증액요구는 파렴치한 행위다.
4) 버시바우 대사의 주한미군 주둔비 부담 증액 요구는 지난해 4월 한‧미 정부가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증액에 합의한 사실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다. 한‧미 양국은 당시 한국의 2007년도 방위비 분담금을 2006년 대비 6.6% 늘어난 7천255억원으로 책정하고 2008년에는 2007년도 분담금에 물가상승률(소비자 물가지수)을 반영해 조정하기로 합의했다. 이런 사실에 비춰 볼 때 일개 대사가 정부 간 합의사항을 백지화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주권 국가에게 감히 할 수 없는 무례하고 파렴치한 행동이다. 미국정부는 버시바우 대사를 즉각 경질해야 하고 한국정부에 사과해야 한다.
5) 주권국가로서 주둔비 분담금을 현금으로 지원하는 것은 주권국가임을 포기하는 것이다. 다른 국가의 경우 정부가 예산 범위 내에서 주둔 시설을 직접 지어준다. 주둔비 현금지원방식은 자금 지원국이 지급 이후 자금사용 내역이나 실적을 사실상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주권국가로서 사용해서는 안 되는 방식이다. 주한미군은 2002년부터 방위비분담의 “군사건설비” 등으로 8천여억 원을 축적하여 국내외 금융기관에 예치하고 있는데 이것은 현금으로 지급한 분담금 때문에 일어난 비정상적인 현상이다. 이 금액은 2008년도 방위비분담금 예산을 뛰어넘는다.
이상에서 살펴본 봐와 같이 미국의 분담금 증액에 대한 요구는 명백히 부당하다. 미국 대통령은 북핵문제 해결을 앞세우고 있으나 이는 중동에서 수렁에 빠진 미국이 북핵문제 해결을 외교적 업적으로 내세워 공화당 정권을 연장하려는 노림수로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미국은 6자회담이 북핵문제 해결 방식으로 제시한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방안에 ‘주한미군 계속 주둔’을 포함시키려 한다는 속내를 감추지 않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과연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이 가능할 것인지 지구촌은 의심하고 있다는 점을 미국은 알아야 한다. 미국은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평화체제 확립이 궁극적으로 미 국민에게도 유익하다는 사실에 입각해서 분담금, 북핵문제 대책을 세워야 한다.
2008년 3월 6일
6.15공동성명실천 남측위원회 언론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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