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주·장] 여전한 스포츠 애국주의

한국의 승리 아닌 인간의 승리를 보고 싶다

평화와 화합의 지구촌 축제 시드니 올림픽이 어느새 종반전에 접어들고 있다. 이번 올림픽은 입장식 성화 최종 주자가 마오이족 출신으로 선정되고, 남북한이 단일기 아래 공동 입장하는 등 올림픽 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 구현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 언론 역시 어느 대회 때보다 이런 취지에 부합하는 보도 태도가 돋보인다 할 것이다.

최근 남북관계 개선이 이런 분위기를 낳는데 큰 몫을 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정치 분야 외에 스포츠 분야의 화해와 교류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하겠다.

그동안 대립과 극한 경쟁 위주의 보도 대신 화합과 단결을 지향하는 기사가 주류를 이루고 있음은 쉬이 확인된다. 6월 남북정상회담과 8월 이산가족 상봉에 이어 한민족이 세계인에게 깊은 감동을 던져주고 있는 장면이 가감없이 언론보도를 통해 국민들에게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보도 태도가 향후 스포츠 보도에 귀감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 보도에서도 여전히 고답적이고 천편일률적인 양상들이 남아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올림픽 대회는 스포츠를 통한 국제 평화 유지라는 목표 외에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과정을 실현하는 인류 최고의 축제다. 엄혹한 승부를 가르는 대회인 한편 인간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마당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 언론은 지나치게 메달 수에 연연하며 ‘이기고 지는’ 문제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아름다운 패배와 감투 정신, 그리고 인간 승리에 대한 박수는 좀체 찾아볼 수 없이 1등 위주의 보도 관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고질적인 ‘냄비근성’과 상업주의적 보도가 등장해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메달리스트 여고생을 방송과 신문에 모시려고 저마다 안간힘 쓰는 모습은 영 성숙치 못해 보인다. 또 세계화 추세 속에서도 우리 언론은 여전히 한국 선수가 출전한 경기 위주로 보도해 시야를 스스로 좁히는 우를 범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트라이 애슬론, 근대 5종 등 인간 승리의 드라마인 비인기 종목의 중계를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어려운 일이리라.

물론 여기에는 대중들의 인기를 고려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이해 못하는 바 아니다. 하지만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평소 비인기 종목과 아마추어 경기 더 나아가 생활체육 등의 분야에 깊은 관심을갖기를우리는 권한다. 이들 종목 역시 언론의 따뜻한 관심 속에 국민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하는 스포츠’보다 ‘보는 스포츠’에 길들여진 터에 국민 건강을 위해서도 스포츠 보도에 일대 전환이 있기를 우리는 기대한다.

내주 초 올림픽 경기가 끝나면 곧바로 장애인 올림픽이 현지에서 이어진다고 한다. 신문·방송사들은 갖가지 장애를 극복하고 인간 승리의 전형을 보여주는 이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국민들에게 전해주길 당부한다. 감동의 물결 그대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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