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기자만 취재하란 법 있습니까?'

대한매일 김삼웅 주필, 단재 신채호 옥중사진.잡지 발굴

대한매일이 이례적으로 주필 명의의 보도 기사를 내보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달 12일자 문화면, 6월 28일자 1면 박스기사, 3월 28일자 특집면을 장식한 주인공은 김삼웅 주필. 또 이 기사들은 김 주필이 해외 출장 중에 직접 발굴한 사료들을 소개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올 6월, 김 주필은 광복회 자문위원 자격으로 김좌진 장군 80주년 기념탑 건립 기공식 참석차 중국을 방문하면서 ‘천고’ 제2호 사본을 입수했다. 천고는 단재 신채호 선생이 한국의 독립과 역사를 알리기 위해 1921년부터 제7호까지 발간한 순한문잡지.

여러 차례 수소문 끝에 출국 전 연변에 천고 제2호를 소장하고 있는 인사가 있다는 소문을 전해들은 김 주필은 한족 모 인사를 통해 2호를 복사해 왔다. 베이징대가 이를 소장하고 있지만 복사나 대출을 금하고 있어 국내에는 10여 년 전 1호가 복사본으로 소개되고 지난해 고려대 최광식 교수가 2호의 일부를 복사한 정도가 전부인 것을 보더라도 쉬운 일이 아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대한매일 6월 28일자 1면에 보도된 천고 입수는 학계에서도 큰 관심을 보였다. 최광식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는 “천고는 고대사와 독립운동사 연구에 있어 중요한 자료이다. 특히 일제의 잔학성이나 독립운동의 정당성 등을 잘 전하고 있어 독립운동사에서는 꼭 필요한 자료이지만 베이징대에서 공개를 하지 않아 자료 입수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앞서 3월에는 안중근 의사 순국 90주기를 맞아 안 의사가 순국했던 중국 뤼순 감옥을 답사하면서 신채호 선생의 뤼순 감옥 수감 당시의 얼굴 모습이 담긴 필름을 입수해 이를 특집면에 소개했다. 김 주필은 안중근 의사의 기념추도식을 끝내고 뤼순 감옥 연구원을 만난 자리에서 그가 단재 필름을 소장하고 있는 것을 알고 즉석에서 여행비의 2분의 1을 사례비로 주고 필름을 샀다.

이 외에도 7월 말에는 미주지역 항일독립운동 사적지 답사차 하와이에 갔다가 독립운동가 박용만 선생이 쓴 ‘아메리카 혁명’과 한글 교과서 2본을 국내로 가져와 문화면에 보도했다.

여러 건의 사료 입수에는 운도 따랐지만 김 주필의 공이 컸다. 매번 해외 출장 사이사이 주어지는 자유시간을 관광 대신 역사 자료 발굴에 투자했다. 조선족연구소에 있는 오래된 팩스 대신 새 팩스를 설치해 주기로 약속하고, 뤼순 감옥 연구원들이 집필 중인 안중근 의사 논픽션을한국에서출판하기로 약속하는 등 오래 전부터 쌓아온 현지인들과의 신뢰도 한 몫 톡톡히 했다.

김 주필은 “임시 정부가 일본에 보낸 선전포고문의 원안이 대만역사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는 것을 비롯해 우리 역사의 산 증표들이 해외에 방치된 경우가 많다”면서 “국내 사료를 보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외의 사료들을 발굴해 찾아오는 것도 중요하다”며 자료 발굴에 대한 애착을 보였다.
박주선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