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정부 눈치보기’로 비판을 받아왔던 김정기 방송위원장이 최근 “제반 문제는 방송위의 위상이 법적으로 애매모호하기 때문”이라며 방송법의 관련조항을 개정, 정비해야한다고 의외의 강성발언을 하자 방송계는 반기는 분위기면서도 “그동안 법 때문에 정부 눈치봤느냐”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7일 ‘통합방송법 시행 반 년, 과제와 전망’ 세미나에서 “방송위의 정책결정과 관련, 일부 사항에 대해 관계부처 장관과 합의하도록 돼 있는데 이를 협의로 바꿔야 한다”고 밝히는 등 방송법 및 시행령에서 개정돼야 할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김 위원장의 이같은 주장은 방송법 및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방송계가 끊임없이 주장했던 내용들로 뒤늦게나마 개정돼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그러나 방송계는 방송계 인사 선임과정이나 정치권 낙하산인사 채용 등 방송위 출범 이후 위상과 관련해 제기된 잡음 대부분은 법조항과는 상관없는 것들이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시각을 의식한 듯 김 위원장은 “방송위는 정치적 독립성을 법적으로 보장받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 독립성이 법적으로 보장받고 있다는 점과 그것이 우리나라의 정치적 토양에서 뿌리내리는 일은 별개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방송위가 그동안 정치적으로 독립하지 못했다고 인정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하는 이같은 발언에 이어 김 위원장은 “방송위의 정치적 독립은 우리 정치문화의 발전과 관련된 우리 모두의 과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문화의 발전을 기대하지 않더라도 김 위원장의 의지 여하에 따라 방송위의 정치적 독립은 지금보다는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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