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10년 특집기획 '최초공개 부실채권 국제매각의 진실'」취재후기
[기획보도 방송부분] KBS 탐사보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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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덕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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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KBS 김덕원 기자입니다” “당신 기자 맞아요? 혹시 추심업자 아니예요?”
10년 전 쓰나미처럼 몰려 온 외환위기로 재산 대부분을 송두리째 날렸던 부실채권의 채무자들. 어렵게 찾아낸 그들이 취재진에게 보였던 첫 반응은 이처럼 싸늘한 경계의 말들뿐이었다.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때의 빚이 남아 있었고 채권 추심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무조건 만나자고 했다. 기자증까지 보여주면서 KBS 기자임을 확인시켰다. 그러면서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떤 과정에서 재산을 잃게 됐는지 등을 조금씩 물었다. 간신히 삼켜 왔던 고통을 또다시 되뇌고 싶지 않다며 말을 아끼던 부실채권의 채무자들. 그러나 조금씩 마음이 허물어지면서 당시 생생한 증언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간곡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정식 인터뷰는 할 수 없었다. 아직도 신용불량자로 살아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남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1년여 동안의 취재는 이처럼 어느 한 순간도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생소한 금융관련 전문용어들이 취재를 더욱 어렵게 했다. 본격적인 취재에 앞서 읽어야 했던 전문서적도 꽤 됐지만 금융전문가 특히 부실채권이라면 최고인 전문가들인 한국자산관리공사를 상대로 한 취재를 위해서는 사전 준비를 많이 해야 했다. 그들이 만든 공식 자료의 문제점과 허점을 파고들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했다.
특히 팩트 하나라도 틀리면 안 된다는 각오 속에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작업을 거쳤다. 이처럼 어렵고 힘든 과정을 거치면서 취재팀은 역사를 새롭게 쓴다는 마음가짐으로 취재에 임했다. 특히 부실채권과 관련된 한국자산관리공사 등의 공식 자료는 부실채권의 성공적인 처분으로 인해 외환위기를 훌륭히 극복했다고 하고 있지 않은가. 진실을 외면한 잘못된 기록을 그냥 놔 둘 수는 없었다. 특히 비밀 자료까지 입수해 분석해 본 결과 캠코의 백서 등에 여러 잘못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가 쓰는 기사 한 줄, 찾아낸 팩트 하나 하나가 바로 새로운 역사라고 스스로 최면을 걸 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관계자들을 만나 증언을 듣고 핵심 문건을 분석해 들어 갈수록 외환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판단이 들었다. 10년 전 중소업체를 운영하던 그 때 그 사람들, 자기네들이 잘못한 거라고는 은행에서 돈을 빌린 것뿐이고 그런데 당시 사업을 했던 사람들은 다 그렇게 했는데 아직까지 집도 절도 없이 거리를 헤매고 가족들로부터 버림받았다며 하소연했다.
그러나 그 한편에는 외환위기를 통해 잘 먹고 잘 살게 된 사람들 그리고 더 좋은 자리로 옮겨간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일반 자영업자들과 서민들에게 외환위기는 절망이요 낭떠러지였지만 부실채권을 주물렀던 일부 국내외 사람들에게 외환위기는 도약의 기회였던 거였다. 그렇지만 일반 자영업자들과 서민들의 고통은 철저히 외면한 채 우리는 외환위기를 극복했다면 축배를 들지 않았던가.
아직도 빚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당시 부실채권 채무자들을 위해 우리사회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는 부분에 대해 많은 부분을 언급하지 못하고 넘어간 점은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다. 시간상 그리고 취재 여건상 여력이 없었던 점을 인정한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주었던 그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마저 든다.
KBS 탐사보도팀 김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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