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교류, 관련 법규 정비 시급하다
노동신문 인용보도시 국정원장 승인 등 비정상적인 관행 고쳐야
정일용 연합뉴스 북한부 차장대우
남북 간 언론교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기사(방송 경우는 프로그램 등 제작물) 교류이고 다른 하나는 인적 교류이다. 이 두 가지 가운데 기사교류가 인적교류보다 손쉽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2일 언론사 사장단과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의 면담에서도 기사교류가 꽤 구체적으로 논의돼 조만간 실현될 전망이다. 김 총비서는 “판문점 연락사무소로 매일 신문을 넣어 주십시오. 우리가 신문을 일본을 통해서 돌아서 읽을 필요가 있습니까. 신문도 연락사무소를 통해서 다 읽었으면 좋겠습니다”고 말했다.
남쪽 신문이 북쪽으로 간다면 당연히 북쪽 신문도 남쪽으로 오게 될 것이다. 현재 노동신문, 민주조선 등 북쪽 신문은 열흘 뒤에나 국내에 들어온다. ‘신문’(新聞)이 아니라 ‘구문’(舊聞)이 되는 셈이다.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김 총비서도 말했다시피 일본이나 홍콩을 경유해서 들여와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두 곳 정도의 업체가 이 일을 맡아 하고 있는데 왜 두 군데만 하느냐면 누구든 생각이 있다고 해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특수자료 취급지침’과 관련이 있다. 특수자료는 북한에서 발행되는 신문, 잡지 등 출판물을 비롯 영상물, 녹음물 등 북한에서 생산된 모든 1차 자료를 지칭한다. 특수자료를 공개활용할 때에는, 즉 언론이 노동신문 등을 직접 인용 보도할 경우에는, 사전에 국정원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돼 있다. 이런 실정에서 북한 1차 자료를 보도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어려울 것이다.
언론이 해야 할 일을 국가정보원이 맡아 하는 것도 이상한 현상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북한 방송을 독점해 비판을 받았던 국정원은 새 정부 들어서도 잘못된 관행을 벗어 던지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조선중앙통신 기사를 받아보는 데는 다른 곳 아닌 국정원이다. 어떤 경로로, 어느 정도의 비용을 들여 입수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중앙통신 기사를 국정원이 취급하는 모양새는 어느 모로 보나 비정상이다.
북한 언론매체가 보도한 사실들은 비밀도 아니고 특수자료도 아니다. 이미 공개된 자료를 굳이 특수자료로 분류하고, 관리하고, 취급하는 데 들일 정력, 돈, 시간이 있다면 다른 생산적인 사업에 쓰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인적교류는상호 이해를 위해 더 없이 중요한 사업이어서 활성화만 된다면야 더 바랄 나위가 없지만 초보적인 기사교류마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인적교류를 거론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시기상조인 것 같다. 무엇보다도 국가보안법을 그대로 놔둔 채 인적교류를 거론한다는 것은 또 하나의 특권의식의 발로가 아닌가 저어된다. 남북한을 똑같이 왕래하면서도 누구는 국가보안법상 잠입 탈출죄라는 어마어마한 죄명을 뒤집어쓰고 누구는 오히려 낯 간지러울 정도의 칭송을 받는 이율배반적인 현상을 보면서도 충실하게 사실전달만 할 뿐 악법폐기 주장은 좀처럼 듣기 어려운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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